서울~광명 고속도로 연내 착공도 불투명

대부분 기존 시가지 관통…예고된 반발
강서·구로구·부천·광명시, 노선 변경·지하화 요구
지역 정치인까지 가세…장기간 표류 가능성
고속도로 예정 지역 주변 주민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혐오시설로 인식해서다. 공사 중에는 먼지와 소음 진동 등에 노출되는 게 불가피하다. 완공되면 소음과 자동차 매연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나들목(IC) 주변 교통 체증이 빈번해지고 교통사고도 많아질 것으로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서울~광명 간 고속도로는 대부분 기존 시가지를 지날 예정이어서 생활권을 단절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인근 주민은 이런 불편을 들어 필사적으로 건설에 반대하고 있지만, 고속도로 이용을 기다리는 주민은 ‘지역 이기주의’ ‘님비(NIMBY)’라며 비난하고 있다.

◆지자체, 지하화·우회 요구

서울~광명 고속도로가 지나는 서울 강서구, 구로구, 경기 부천시, 광명시 등의 요구는 간단하다. 노선을 지하화하거나 바꾸라는 것이다. 강서구 주민은 고속도로가 방화터널이 아니라 시 외곽 및 한강하저터널로 우회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방화터널 앞 편도 3차로 중 2개로가 고속도로로 사용되면 교통 체증이 심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흥종 고속도로건설반대 강서대책위원장은 “편도 3차로 중 1개만 이용하라는 건 이 도로를 쓰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곡지구 위가 아니라 한강하저터널을 지나도록 공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로구는 지하노선을 우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도로 위에 항동택지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부천시는 동부천·강서 IC를 이전하고 통과하는 지역(6.4㎞) 전부를 지하화할 것을 요구했다. 도로가 통과하는 까치울 전원마을이 소음과 분진으로 뒤덮일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루 3만 대가 지나다닐 것으로 예상되는 톨게이트가 인근 초등학교 앞에 들어서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광명시는 통과 구간(6.6㎞) 중 원광명마을 2㎞ 구간의 지하화 여부를 놓고 주민 간 의견이 갈렸다. 옥길동 일대 주민은 지하화를 요구하지만 원광명마을 일부 주민은 지상 도로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4곳 지방자치단체는 결국 지난달 30일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승인고시 철회와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또 시위 청와대청원 등 단체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주민 반발 탓에 착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당초 다음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이 보상을 거부하면 1~2년 안에 착공하기 어렵다. 지역 정치인까지 가세해 그 이상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라도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주민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 지연 따른 손실 ‘막대’

문제는 이 고속도로가 국토 대동맥이란 점이다. 국토부는 서울~광명 고속도로를 서해안고속도로와 함께 국토 서부를 남북으로 잇는 핵심 축으로 본다. 이 도로는 호남 내륙에서 충청을 거쳐 경기 북부를 관통하는 ‘익산~문산 고속도로’(261㎞)의 일부로 설계됐다. 국토부는 통일 후 개성 평양과도 연결할 계획이다. 익산~문산 고속도로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선 이 구간 개통이 필요하다. 2015년 착공한 서울~문산 구간은 2020년 완공 예정이다. 평택~수원~광명 구간은 이미 개통했다.

이 같은 착공 지연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는 2002년 추진됐지만 군부대 이전, 노선 변경 등으로 갈등을 겪다 2012년 9월에야 첫삽을 떴다. 2016년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는 환풍구 2개의 위치 문제로 4개월간 중단됐다.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는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2년여간 중단되면서 약 5000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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