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털어주는 기자

b.파티세리

사진=송정근 작가

1967년 여름. 전쟁과 인종 차별, 사회 모순에 반기를 든 젊은이 10만 명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날마다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노래합니다. 세상의 행복을 위해서. 히피 운동의 도화선이 된 샌프란시스코 ‘사랑의 여름’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는 ‘히피의 고향’이자 ‘다양성의 도시’가 됐습니다. 틀에 박힌 것을 버리고 개성을 찾으려 애썼던 시간은 이후 수많은 예술가를 낳았죠. 히피 문화는 바다 건너 유럽 등으로 번져갔습니다.

50년 전 히피들의 유산은 음식에도 녹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도시 중 유난히 젊고, 창의적인 셰프가 몰리는 곳입니다. 거기서 페이스트리 하나로 동네를 평정한 곳도 있습니다. ‘b.파티세리’입니다. 프랑스 브리타니 지역의 전통 빵 ‘퀸 아망(Kouign-amann)’을 재해석한 게 주력 메뉴입니다. 사람들은 이 빵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긴 줄을 섭니다. 하루평균 1000개 넘게 팔립니다. 이 빵이 유명해지자 ‘퀸 아망 데이’ 축제도 생겼다고 합니다.

b.파티세리는 미국 밖 첫 매장을 낼 도시로 서울을 택했습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엽니다.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공동 창업자 벨린다 렁과 미셸 수아즈를 만났습니다. 렁은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게리 댄코, 덴마크 노마, 프랑스 피에르 에르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과 디저트숍에서 10여 년간 셰프 경력을 쌓았습니다. 2013년 베이커리계의 대부 수아즈와 손잡고 자신의 이름을 딴 가게를 열었죠.
렁 셰프는 자신의 빵집을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빵 하나로 몸속 깊은 곳까지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퀸 아망 레시피는 5년여에 걸쳐 수백 번 거듭한 끝에 완성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종 레시피는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본능에 따라 막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누가 샌프란시스코 출신 아니랄까봐.

퀸 아망은 1860년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빵입니다. 납작하고 단단한 밀도에 버터가 많이 들어간 페이스트리. 셀틱어로 ‘버터 케이크’라는 뜻이죠. 렁 셰프는 이를 크루아상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했습니다. 12가지 종류의 다양한 필링이 핵심입니다. 오리지널부터 콩가루, 녹차까지 다양한 재료를 고를 수 있습니다. 크게 한입 베어 물어봤습니다. 렁 셰프가 말합니다. “입 안에서 파티가 시작되는 것 같지 않아요?”

렁과 수아즈. 이들이 한국을 택한 이유는 한국인이 고유의 음식 문화와 미식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열린 사고를 한다는 점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b.파티세리 1층에서는 빵을, 2층에서는 베트남식 반미 샌드위치를, 3층과 4층에서는 샌프란시스코 3대 커피인 사이트글라스 커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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