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위한 '휴식의 집' 지은 베르디처럼
서로 이해하고 나누며 사는 사회 됐으면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Othello)’는 작곡가 베르디를 통해 오페라 ‘오텔로(Otello)’로 태어났다. 제목은 ‘오텔로’지만 오텔로보다 더 주목해야 할 인물은 이아고다. 극 중 이아고는 오텔로의 부하다. 그는 귀족이고 한 나라의 관료이니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아고는 자신보다 먼저 승진한 동료 카시오를 질투해 그로 하여금 술을 먹고 실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직위를 박탈당하게 만든다.

이아고는 자신이 섬기는 총독 오텔로에게마저 반감을 갖고 있었다. 오텔로가 유색 인종임에도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 데스데모나와 함께 사는 사실이 이아고에게는 매우 거슬리는 일이었다. 직분을 잃은 카시오를 위하는 듯, 이아고는 오텔로 총독의 부인인 착한 데스데모나와 만남을 주선해 복직을 부탁하도록 한다. 그리고 총독에게는 이 만남을 은밀한 정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결국 오텔로는 자기 부인을 의심하게 되고, 그녀가 결백을 주장할수록 커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모든 것이 이아고의 악행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 잘못을 깨달은 오텔로마저 죽음을 맞게 된다.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의 헛된 욕망이 나라 전체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것이다.

30편이 넘는 오페라를 작곡한 베르디는 바그너와 함께 낭만시대 최고 오페라 작곡가로 꼽힌다. 그가 음악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20대 중반에 큰 시련이 닥쳐온다. 사랑하는 어린 딸과 아들을 차례로 잃고 만다. 부인마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면서 베르디에게는 음악을 할 이유도,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발표한 오페라마저 실패한다.
오페라 작곡가로서 인생을 접으려는 때에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극장장인 메렐리가 찾아와 계속 작곡하라고 설득한다. 라 스칼라는 당시에도 세계를 이끄는 오페라의 산지였다. 수많은 작곡가 중 한 명이었고, 젊고 경력도 많지 않은 베르디에게 이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극장장이 찾아와 작품 의뢰를 할 까닭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렐리의 간곡한 부탁은 낙담한 젊은 작곡가로 하여금 다시 펜을 들게 했고, 이후 베르디는 불멸의 오페라 작품을 잇달아 내놓는다.

‘자신만 보고 살 것인가, 다른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는 단순히 결정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기 위주로 사는 삶은 이아고처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고, 세상을 아우르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삶은 자신이 역사에 크게 남지 않아도 메렐리 극장장처럼 베르디라는 인물을 남김으로 인해 인류가 즐거움을 누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년의 베르디는 자신의 작품 중 최고는 밀라노에 세운 ‘휴식의 집’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은퇴한 오페라 가수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가라면 누구나 무료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베르디가 지은 건물이다. 그의 뜻에 따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젊은 시절 경험한 배려의 마음이 노년이 된 뒤에 사회적으로도 베풀 수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들을 이용해 영달을 꾀한다든지, 높은 지위를 통해 자신이 누리는 것 이상의 것들을 누리려고 하다 보면 자신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봄날의 미세먼지처럼 답답하고 불편해질 수 있다. 함께 이해하고 나누는 시간들을 통해 더욱 더 윤택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베르디는 자신이 지은 휴식의 집에 안장돼 영원히 행복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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