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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정보기술(IT) 업체 A사는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에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해 사업 추진에 관한 뉴스를 발표하자는 목소리가 기업 내부에서 나오긴 했지만 임원진들이 제동을 걸었다. 바이오주 버블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리면 주가는 뛰겠지만 이같은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일시적인 호재에 주가가 급등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가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친 기대감에 의한 주가 상승세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영에 독이 될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며 "사업이 보다 가시화되고 안정되는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이오주에 대한 과열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거품 논란'과 연이어 터지는 악재 속에서 19일 중소형 바이오주들이 줄줄이 내렸다. 호재와 악재가 반복될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바이오주에 대한 경고가 시장 안팎에서 터져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알파홀딩스(13,1001,150 9.62%)의 주가는 2100원(11.93%) 내린 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22.47% 급락했다.

알파홀딩스는 2016년 미국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면서 바이오주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날 항암제 판권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현재 알파홀딩스는 조명업체인 필룩스(13,0001,450 12.55%)와 필룩스 자회사 바이럴진의 지분을 두고 법적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안트로젠(90,2005,700 6.75%)의 주가도 8.36% 떨어졌다. 4거래일째 급락세다. 개발중인 당뇨병성족부궤양 줄기세포치료제(ALLO-ASC-SHEET)의 임상시험 일정이 5개월 이상 미뤄진 것이 알려져서다.

이밖에 셀트리온헬스케어(90,100800 0.90%), 신라젠(61,5004,000 6.96%), 메디톡스(639,3007,300 1.16%), 바이로메드(201,4007,700 3.98%) 등도 2~7%대 하락세를 보였다. 셀루메드(11,950500 4.37%), 나이벡(11,900350 3.03%)은 각각 12%와 20% 넘게 빠졌다.
악재성 뉴스가 터지면 언제든지 급락세로 돌어설 수 있는 위험을 지닌 제약·바이오 종목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많은 바이오 업체들이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으면서 뉴스 하나에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소형 바이오업체들은 전임상단계의 물질만 확보했다는 뉴스만 나와도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도 바이오사업을 추가하고 인력을 확보했다는 소식만 나와도 어김없이 주가는 고공행진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중소형주 내 바이오주 지수는 글로벌 수준에 비해 현저히 높다. 거품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인덱스인 나스닥바이오지수(NBI)는 지난해 약 8.8% 상승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1.4% 하락한 상태다. 반면 국내의 KRX 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 123.3% 급등했다.

한 연구원은 "해외 지수 대비 국내 바이오 지수의 월등한 상승세가 설명되려면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던지 아니면 그럴 확률이 높아야 한다"며 "셀트리온(263,0004,500 1.74%) 등 바이오시밀러 상위업체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중소형주는 많지 않으며 일부 업체들의 기술 수출에서 초기 계약금이 전체 수출 금액의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도 거의 없었다"고 우려했다. 성장성이 확실한 국내 바이오업체가 드물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바이오 업계는 회계감독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처리와 관련해 심사 감리에 착수했다. 그동안 R&D 투자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온 바이오 기업들의 관행에 대해 적절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면 R&D 비용은 자산이 되고 회사의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금감원의 지적에 실제 잠정 실적을 변경한 제약·바이오 업체 중 기존 발표와는 달리 크게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업체들이 많다. 제넥신(82,7005,200 6.71%)은 지난달 14일 잠정 실적을 정정 공시했는데 영업손실이 64억원에서 269억원으로 커졌다. 메디포스트(86,0003,700 4.50%)도 실적을 정정해 1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14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뒤바뀌었다. 차바이오텍(16,000900 5.96%)은 이같은 회계 문제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아 주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바이오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당부다. 바이오·제약 업종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너무 많이 오른 종목, 회계 감리 부정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미 SK증권(1,01510 1.00%)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나 보톡스처럼 일반 신약대비 성공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업체, 신약개발에 이미 성공하여 출시된 제품이 있는 업체는 무형자산화 비중이 높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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