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현석 특파원

월스트리트의 유명 행동주주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잇따라 보유한 기업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일부에선 ‘아이칸이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서서히 탈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이칸은 작년 말부터 증시가 너무 올랐다며 폭락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16일(현지시간) 트로피카나엔터테인먼트 지분 84%를 18억5000만달러에 엘도라도리조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트로피카나는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 ‘트로피카나 애틀랜틱시티’를 보유하는 등 미국과 아루바에 8개의 카지노와 리조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아이칸은 2008년에 파산한 트로피카나에 투자했으며 이번 매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됐다.

이번 매각은 지난 일주일새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두 번째 자회사 매각이다. 아이칸은 지난 10일에도 자동차부품사인 페더럴모굴LLC를 54억달러에 테네코에 팔기로 계약했다. 이 회사는 와이퍼블레이드와 점화플러그를 제조한다. 아이칸은 이 회사도 2008년에 인수한 뒤 지난해 1월 비공개 회사로 전환했었다.
내로라하는 투자자인 아이칸이 잇따라 자회사들을 팔아치우자, 월스트리트에선 “아이칸이 주식 밸류에이션이 꼭지에 달했다고 판단해서 매각하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이칸은 지난해 12월 다우지수가 24000을 넘자 “미국 증시가 '희열을 느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초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과도하게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키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때문에 증시가 도박장이 됐다”며 ”대공황을 야기한 1929년 증시 폭락 때보다 더 심각한 증시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당시 “증시가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덱스 펀드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은 잘못된 것이며 패시브 투자에 낀 거품은 엄청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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