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억 또 수혈 받은 쿠팡
'유통혁신 실험'에 글로벌 투자회사들 다시 베팅

로켓배송 상품 700만개로 늘리며 비용 급증
"아마존도 20년 적자…외형성장 더 속도낼 것"
시장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경계감 커져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만년 적자’ 쿠팡에 또다시 4200억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에선 “도대체 돈을 언제까지 붓겠다는 것인지…”라면서도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 평가가 여전하지만, 쿠팡 측이 “외형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다.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쿠팡 투자사 관계자는 “아마존도 20년의 적자를 감내하지 못했다면 미국 유통시장의 40%를 장악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베팅에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큰손들의 베팅에 힘입어 ‘로켓배송(24시간 이내 배송)·쿠팡맨(정규직 배송직원)·대규모 물류창고 확보’ 등 세 가지 차별화 전략을 골자로 하는 쿠팡의 유통혁신 실험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상 최대 영업손실 낸 쿠팡

쿠팡의 자금수혈은 자본잠식을 메우기 위해서다. 3년간 1조7511억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손실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졌다. 작년 매출은 2조6846억원, 영업손실은 6388억원으로 당초 시장이 예상한 수준(매출 2조9000억원, 영업손실 5000억원대)보다 더 나빴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1% 늘었지만 손실은 전년 5652억원에서 738억원 더 증가했다.

손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5년 5470억원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2017년 경쟁사인 위메프는 영업손실을 1424억원에서 417억원으로, 티몬은 1419억원에서 1185억원으로 줄였다. 대규모 누적손실로 2014~2015년 소프트뱅크 등 해외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 1조4000억원을 모두 썼다.

쿠팡의 적자는 대규모 투자 탓이다. 쿠팡이 내세우는 ‘24시간 이내 로켓배송’ 상품을 700만 개(4000억원 규모)까지 늘리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다.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와 직접고용에 따른 인건비 등에도 자금이 소요됐다. 쿠팡은 인천과 덕평에 메가물류센터(각각 9만9173㎡)를 포함해 전국에 총 54개 물류거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증자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이 8130억원으로 늘어나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익보단 성장이 먼저”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매일 밤 12시까지만 주문하면 하루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을 무기로 내세웠다. 대부분의 오픈마켓(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과 달리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배송까지 하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쿠팡의 사업모델은 글로벌 큰손들의 지지도 받았다. 2014년엔 블랙록 등으로부터 4억달러를, 2015년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라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전년보다 3배 넘게 성장하며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금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매출을 키워나가는 단계기 때문에 영업손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로켓배송 상품 확대와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외형 성장세가 지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쿠팡의 매출은 2016년엔 전년보다 69% 증가했고 지난해엔 40% 성장했다. 5대 메이저(이베이·11번가·쿠팡·위메프·티몬)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까지 가세하면서 성장세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작은 시장에서 너무 많은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쿠팡이 로켓배송만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이지훈 기자 yjlee@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M&A팀 이지훈 기자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