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팎 환경이 녹록지 않다. 중국의 ‘사드보복’ 이 풀려 유커가 돌아왔다지만 내수는 여전히 싸늘하고 가파른 ‘원고(高)’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와중에 국제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이러다간 성장률이 다시 2%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 관광객은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늘어나는 데 그쳐 2월(1.3%)보다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증가율이 모두 전월보다 둔화됐고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미했던 내수 경기 회복세가 점점 더 둔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내수가 가라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1분기 실업급여 수급자 수와 지급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소득이 줄고 내수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채산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환율 동향이 심상치 않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며 원화 강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1050원대는 물론 1000원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조만간 국내 기업의 손익분기점 평균환율(달러당 1045원)을 밑돌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가도 복병이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사우디와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불안,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 요인이 겹치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0달러 목전까지 올랐다. 올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유가 급등은 수입물가 및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내수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연 3.0% 성장은 물론 월평균 32만 개 일자리 창출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연구소에서는 이미 2%대 저성장으로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양적완화가 끝나가는 와중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마저 빨라지면 성장률 하락 폭은 훨씬 커질 수도 있다. 환율이나 유가 등 외생 변수 통제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는 최소한 내수만이라도 살릴 방안을 서둘러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들이 ‘고용 축소→소득 감소→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필요가 있다. 경제운용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1년 해보고 속도조절” 같은 생각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일자리와 소득은 기업이 만든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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