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금융완화
가계부채 많은 한국엔 毒杯가 될 수도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강력한 정권 운영을 해오던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의 입지가 모리토모학원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평가액 9억엔(약 90억원)인 국유지를 모리토모학원에 특혜를 줘 1억엔에 불하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베 아키에 총리 부인이 관여했다는 것이 문제의 쟁점이다.

재무성은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불하 가격을 흥정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고, 아키에 부인이 관여한 정황을 삭제한 문서 위조 사실도 드러났다. 아베의 지지율은 급락해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승리가 불투명해졌고 ‘아베노믹스’의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이전의 경제정책과 구분되는 아베노믹스의 특이점은 막대한 규모의 이차원(異次元)적 금융완화다. 금융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기업의 이익이 늘었고 주가 상승과 실업률 하락을 실현했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치적으로 꼽힌다. 닛케이주가지수는 아베 정권 이전인 2012년 11월 9446(마감치)에서 2018년 3월 21,454에 이르러 2.3배로 올랐다. 실업률은 2012년 4.3%에서 2018년 2월 2.5%를 기록해 아베 정권 들어 1.8%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제 변수인 소득 수준은 늘어나지 않았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엔화 표시 소득은 약간 늘어났으나 달러 표시 소득은 대폭 줄어들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4만8633달러에서 2017년 3만8550달러로 아베노믹스 시행 후 1만달러 넘게 줄었다.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 점도 아베노믹스가 바람직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하기를 꺼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듯하다. 그 이면에는 일본 대중매체에 비판 논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 홍보지’라는 야유를 받아온 요미우리나 산케이신문 등 보수 성향 매체의 영향이 크다. TV 방송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 프로그램은 거의 편성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들 대중매체의 호의적 보도나 방송을 참고하는 등 아베노믹스를 깊은 성찰 없이 소개했다.

경제학자 중에는 아베노믹스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예컨대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는 “아베노믹스의 이차원적 금융완화는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마약”이라며 경종을 울린다(《금융완화로 일본은 파탄한다》 중). 나아가 아베노믹스에 대해 “구조개혁이 아니라 기대 효과로 인한 자산거품 경제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허구의 아베노믹스》 중).

금융완화는 재정 문제에 대응하려는 속내도 있었다. 금융완화가 국채 이자율을 낮게 유지시켜 국채 이자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은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채무를 어떻게 줄여갈 것인가와 금융완화 정책에서 탈출하는 ‘출구전략’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당분간 출구전략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연임돼 올해 4월부터 다시 5년간 금융정책을 이끌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위상을 세워주는 역할을 했지만 소득 수준은 높아지지 않았고, 국가채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출구전략 극복 과제라는 큰 불안 요소를 남겼다.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상태도 아니고 가계부채가 많은 한국이 섣불리 아베노믹스를 흉내낸다면 수습하기 어려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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