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신데렐라' 이다연

지독한 '입스' 이겨내니 부상
기권·커트 탈락 거듭한 끝에
지난해 팬텀클래식 우승

넥센·세인트나인서 2승 도전

“견뎌내니까 좋은 날이 오긴 오더라고요.”

동글한 얼굴에 귀여운 미소, 이다연 프로(21·메디힐·사진)의 트레이드마크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2016년 25개 대회에 출전해 14번 커트 탈락했다. 상금 순위 65위로 간신히 시드를 유지한 2017년 시즌은 더 참담했다.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 루키 때 한 번, 이미 세 번이나 찾아온 지독한 ‘입스(yips·과도한 긴장에 따른 근육떨림 등 운동 장애)’까지 이겨낸 그에게 부상이 찾아왔다. 체력훈련을 위해 산을 뛰어오르다 인대가 끊어져 시즌 초반 10개 대회를 통째로 쉬었다.

이후 출전한 6개 대회에서도 기권 두 번, 커트 탈락 네 번을 당했다. 그래도 ‘무조건 간다!’를 외쳤다. 그리고 시즌 열두 번째 대회인 팬텀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기쁨보다 놀라움이 더 컸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자신의 때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는데, 진짜 그런 게 있었어요. 3일 동안 매일 집에서 우승 재킷을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는 “라운드마다 언더파만 치자고 생각했는데 그날따라 잡념도 안 들고 한 타 한 타 집중이 잘됐다”며 “캐디백을 메준 아빠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일곱 살 때 오빠들과 함께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철봉 매달리기, 달리기같이 운동이라면 그저 좋던 그에게 ‘오묘한 체계’가 있는 골프는 신세계였다.
“뭔가를 굴려 넣는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는 그는 오빠들과 ‘멀리 치기’ 내기를 한 게 장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키 157㎝에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58야드(13위)를 찍는 KLPGA 투어의 대표 장타자다. 연습 땐 270야드를 편하게 친다. 그린 적중률이 16위(77%)를 달릴 만큼 샷 정확도도 높다.

“세게 치지 않으면 오빠들한테 지니까 온 힘을 짜내서 휘둘렀어요. 저절로 힘을 모으는 방법을 익혔던 것 같아요.”

오빠들과의 내기 골프로 300야드 장타 원리를 배운 렉시 톰슨(미국)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는 누가 ‘장타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있는 힘껏 많이 휘둘러 보라”고 말해준다. 좋은 폼에 시퀀스(스윙 순서)까지 다 따지다 보면 힘을 한계치까지 끄집어내 쓰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다연은 생애 첫 승 이후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7개 대회에서 ‘톱10’에 세 번 진입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대회에서 2승을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쉴 때 잘 쉬어줘야 해요. 연습이 많아질수록 몸이 비대칭으로 뒤틀리는 부작용이 있거든요. 건강한 골프가 최고예요.”

남양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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