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외교·안보 의존하지 않고, 일본보다 수출 비중도 적어

미국이 1980년대 일본에 구사했던 것과 같은 무역 압박을 중국에 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훨씬 더 잘 버틸 준비가 돼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공세를 본격화하는 미국이 중국에 취하는 무역적자 해결 방식은 30년 전 일본에 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이 일본을 향해 썼던 방식이다.

1976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은 301조에 기반을 둬 일본에 20건 이상의 조사를 개시했다.

1991년 일본이 미국 무역적자의 65%를 차지했고, 중국이 지난해 미 무역적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것도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에 시장 개방, 대미 수출 축소, 외국기업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외국인 투자장벽 제거 등의 조처를 했다.

심지어 1985년 플라자 합의로 1988년까지 엔화는 86% 평가절상됐고, 이는 미 수출품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미국은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중국에 1980년대 일본에 썼던 것과 같은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상황은 과거 일본과 다르며, 미국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양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군사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미국의 무역 압박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많은 양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은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며, 미국과의 갈등도 서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제전문가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는 "중국은 매우 다른 정치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그 모델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덜 의존적이다.

소득 증가로 인한 소비 여력 확대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내수 확대 노력으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수출에 타격이 와도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못 미친다.

1980년대 일본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구나 중국은 야심 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남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경제규모에서도 중국은 2010년부터 세계 2위 경제 대국 자리에 올라선 후 1위인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막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숨은 무기로 여겨진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사용했지만, 이는 결국 일본 경제 전반에 버블을 만들었다.

반면에 중국은 이러한 일본의 실패를 교훈 삼아 환율 정책에 훨씬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홍콩 경제학자인 아서 크로버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은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무역 부문에서 중국에 요구하는 핵심 사항에 대해서 그리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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