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의제, '비핵화·평화정착·남북관계 발전'으로 압축
'김정은 비핵화 의지' 공식 확인 기회…북미정상회담 '밑그림' 역할 기대
군사적 긴장 완화방안·이산가족 상봉 등 논의할 듯…경협 논의는 제한적

남북정상회담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 정상이 논의할 의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회담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 3가지로 압축한 상태다.

남북은 이번 주 후반 고위급회담을 다시 열어 의제를 비롯한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할 계획이지만, 의제를 더 구체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인 만큼 의제에 제한 없이 허심탄회하게 서로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한다는 데 남북이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점은 우선 비핵화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등의 계기에 우리가 가장 강조한 사항이 비핵화 없이는 남북관계 발전도, 한반도 평화도 어렵다는 점"이라며 "북측이 이를 받아들였기에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은 공감대를 이룬 사항들을 담아 '4·27 공동선언'을 발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최우선 의제는 '비핵화'…원칙적 합의로 북미정상회담에 방향 제시할 듯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발전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간 정상 차원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비핵화가 주 의제다.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평화정착도, 남북관계 진전도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뿐만 아니라 북측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는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대북특사단이 방북 뒤 돌아와 전한 내용이 비핵화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언론발표문에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고 돼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향후 협상 방향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서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원하는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 우리보다는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만 하고 비핵화 시한이나 상응 조치 등 세부 사안은 북미정상회담 몫으로 넘길 것이란 관측이 많다.

◇ 군사적 긴장완화 등 평화정착…종전선언 구상 논의 여부도 주목
남북정상회담만 놓고 봤을 때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의제는 비핵화보다는 오히려 군사적 긴장완화를 비롯한 항구적 평화정착일 수 있다.

비핵화는 북미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사항이고, 남북관계 발전은 대북제재 해제 이전엔 내실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원로자문단 간담회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소초에서의 무기 철수' 방안이 주목된다.
남북이 정전협정을 어겨가며 중화기를 들여놓고 있는 DMZ에서 GP(전방 소초)를 뒤로 물리고 중화기를 없앤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비축소에 있어 분단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방안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단 방북 당시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DMZ의 비무장화'를 전격 수용해 그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평화정착 방안의 하나로 종전선언 구상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10·4선언'에는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종전선언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비핵화 논의에 대한 집중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이산가족 상봉 제안할 듯…경협 논의는 제한적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나 평화정착 등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제재가 공고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논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12일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남북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되어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사안을 우선 논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 직후를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2016년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점차 누그러지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일회성 상봉을 넘은 수시 상봉과 전면적 생사확인 등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같은 경협은 대북제재 상황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다루기 어렵다.

그러나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남북이 공동번영할 수 있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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