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남북관계' 영향…순환적 역학 구도
한미 조율案 들고 가는 문 대통령…'비핵화 선언' 도출이 우선 과제
美일괄타결-北단계론 '간극 좁히기' 관건…문 대통령 외교력 시험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5월 말 전후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향한 출발선이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핵심사안에 대한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에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북미 정상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감 정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역사적인 첫 북미 대좌의 성공 확률을 좌우한다는 의미에서다.

문 대통령도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목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예열단계'를 시작으로 연이어 열릴 한미 및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종의 조율을 거쳐 북미정상회담 '담판'으로 마무리되는 만큼 '첫 출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청와대가 15일 "이번 회담은 11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정상 간 만남이자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회담으로서 세계평화 여정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회담 슬로건을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정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반대로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 여부가 사실상 좌우되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고 북미회담은 다시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는 순환적인 역학 구도가 '한반도 대회전'의 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역'을 자처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핵화 논의의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간극을 좁혀 접점을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최대한 확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적 같은' 연쇄 정상회담의 '산파'였던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로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공식적인 비핵화 선언을 끌어내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담길 선언문 또는 합의문에 비핵화 내용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표현되느냐가 북미 정상회담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의견 조율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비핵화 당사자인 북미가 그리는 비핵화 로드맵에 작지 않은 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게 문 대통령에겐 숙제로 다가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비핵화 이전 보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하는 반면 북한은 세분화한 조치와 보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방법론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서 속전속결식 로드맵을 강조하고 있어 갈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과거 협상에서 점진적·단계적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며 "북한의 시간벌기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북미가 교집합을 못 찾는다면 한반도 긴장이 또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기에 북미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포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제3의 해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와 그에 뒤따르는 큰 틀의 로드맵을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뒤 구체적인 이행을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방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16일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타결한다는 게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

일괄타결로 알려진 리비아식 해법도 완전한 비핵화 이후 최종 단계인 수교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인 조치들이 상호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미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간 접촉을 통해 비핵화 시나리오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미의 조율된 안을 가지고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의미 있는 합의라도 이뤄진다면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확장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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