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이 현장 통제중" 증거인멸 가능성도

미국 주도 서방의 시리아 공습 당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관들이 시리아 수도에 도착해 이번 공격의 빌미가 된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OPCW 조사관들이 지난 14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3개국의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공습이 단행된 지 몇 시간 뒤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고 AFP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의 임무는 다마스쿠스와 인접한 동(東)구타 내 마지막 반군 거점인 두마 구역에서 지난 7일 발생한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서 실제 화학무기가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사관들이 다마스쿠스에 도착했지만, 현장인 두마로 들어가 조사를 시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신은 파이살 모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이 조사관들이 묵고 있는 시내 호텔에 들어가고나서 3시간이 흐른 뒤 호텔을 떠난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개 조사관들은 해당 국가 고위관리 면담을 시작으로 조사에 착수하는데 이 면담은 언론에 일정을 알리지 않은 채 비공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외무부의 아이만 수산 차관보는 AFP에 "그들이(조사관들이) 전문적이며 객관적으로, 불편부당하게, 그리고 아무런 (외부) 압력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미 미국 주도 서방 3개국이 자체 정보들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고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군사공격에 나선 만큼 뒤늦게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조사관들로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셈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두마에 있는 현장이 지난 주말 러시아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통제 아래 있었던 탓에 증거가 제거됐을 수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은 화학무기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시리아 주재 OPCW 조사관을 지낸 랠프 트랩은 "그런 상황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조사관들은 현장이 조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영·프 등 3개국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7일 다마스쿠스 외곽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에 미사일 76발을, 시리아 서부 도시 홈스 외곽의 '힘 신샤르 화학무기 단지'의 저장고와 벙커 등 2곳에 각각 22발과 7발 등 총 105발의 미사일로 타격하는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앞서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들에게 '사린'가스 공격을 했을 당시 군사개입 대신 외교적 해법을 찾은 바 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의회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 승인안을 제출했으나 국제사회의 동참과 의회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포기를 중재안으로 내놓자 외교적 해법으로 돌아섰다.

당시 시리아는 화학무기 연구·제조·비축 등에 사용된 모든 시설을 OPCW 통제에 맡기기로 했고, OPCW는 시리아 정부군이 통제하는 지역에 비축된 화학무기는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2017년 북부 칸 세이크한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재발했고, OPCW는 '사린' 가스가 사용됐다고 확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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