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5일 남았는데
복리후생비용 축소 반발
노조, 자구안 합의 거부
임단협 재개 요청했지만
사측 "폭력 방지 약속부터"

자금지원 방식도 이견
GM, 기존 차입금 출자전환
신규자금 28억弗은 대출로

産銀, 지분비율 유지 위해
최소 20대1 차등감자 요구
한국GM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문턱에 들어섰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오는 20일까지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에게 당분간 한국에 머물라고 지시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GM 본사를 대표해 산업은행 및 한국 정부와 협상한 엥글 사장은 지난 10일 방한해 13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20일까지 남아 한국에서 협상 및 법정관리 준비를 총괄할 가능성이 커졌다.

‘데드라인’까지 남은 기간은 단 5일,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다. 한국GM의 1대 주주인 GM 본사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 방식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 한국GM 노사는 복리후생 감축 등 비용절감 방안(자구안)에 합의해야 한다. 두 가지 문제가 20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과 단계적 철수를 불사하겠다는 게 GM 본사의 방침이다.

◆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GM

자금 지원 방식을 둘러싼 GM과 산은의 줄다리기는 지난 2월 시작됐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27억달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와 28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다. 이 가운데 차입금 27억달러는 GM 본사가 출자전환(빚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자금지원 방식)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GM 본사의 지분율이 더 높아지고 17.02%인 산은 지분율은 1%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산은이 2대 주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 하게 된다는 뜻이다. 산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M이 차등감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소 20 대 1의 차등감자를 해야 GM과 산은의 지분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이후 GM과 산은이 지분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28억달러 규모의 신규자금을 한국GM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대주주 책임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GM은 차등감자를 반대하고 있다. 차등감자를 하면 GM이 출자전환이라는 ‘희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GM은 신규자금 투입을 위한 유상증자에 산은만 참여하고, GM은 신규대출을 하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역제안했다. 대출채권이 자본금보다 변제순위가 앞선다는 점을 감안한 제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이 다시 경영난에 빠지면 GM본사가 우선적으로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금융계에서는 “20일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댄 암만 GM 총괄사장의 발언이 신규자금 지원 방식과 관련한 산은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벼랑 끝까지 버티는 노조

더 큰 문제는 한국GM 노사의 자구안 합의 여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금지원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충분히 조율할 수 있지만 노사합의는 상황이 다르다”며 “노조가 끝까지 버티면 파국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쟁점은 복리후생 축소 여부다. 회사는 복리후생비(비급여성 인건비)를 조정해 연 1000억원 규모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을 수용한 만큼 복리후생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격 조합원이 지난 5일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점거하는 등 난동을 부리면서 노사 협상이 더욱 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GM 본사가 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국 시장에서의 단계적 철수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날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되자 조합원은 동요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량실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노조원은 노조 집행부에 “총투표를 해 (자구안 합의에 대해) 조합원 의견을 물어보자”고 요구할 정도다.

노조는 16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재개하자고 요청했지만 사측은 폭력행위 재발 방지 약속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복리후생비를 줄이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해도 회생할 수 없다는 게 본사의 판단”이라며 “노조가 끝까지 버티면 법정관리와 대량해고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도병욱/강경민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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