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롯데챔피언십 결과

박인비, 17·18번홀 연속 보기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
브룩 헨더슨 12언더파로 우승

박인비, 현재 1위 펑산산과
세계랭킹 '소수점 경쟁' 본격화

‘골프여제’ 박인비(오른쪽 큰 사진)가 롯데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펑산산(작은 사진)과의 격차가 0.56점(15일 기준)에 불과해 ‘1인자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대회 때마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게 됐다. 박인비가 이날 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갤러리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라운드가 열린 미국 하와이주 코올리나GC 12번홀(파3). 3타 차 선두를 달리던 캐나다 ‘천재 골퍼’ 브룩 헨더슨(21·사진)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티샷 실수에 이어 어프로치 샷마저 깃대를 15m가량 지나쳤기 때문이다.

헨더슨은 굴곡 심한 내리막 2단 그린에 공을 잘 태워 굴려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헨더슨은 긴 퍼트를 홀에 잘 붙여 보기로 막은 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1타 차까지 격차를 좁히며 숨통을 죄어오던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30)는 13번(파5), 14번(파5)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제동이 걸린 듯했다.

◆헨더슨 ‘드라이버 세컨드샷’ 승부

헨더슨이 승부수를 띄운 게 이때였다. 직전 ‘기회의 홀’인 13번홀에서 버디 사냥에 실패하며 불안감을 느낀 터였다. 260야드 남은 14번홀(파5·498야드) 세컨드 샷 지점에서 그는 우드 대신 드라이버를 꺼냈다. 남자 투어에선 버바 왓슨이나 리키 파울러, 제이슨 데이 등이 종종 시도하긴 했지만 여자 투어에선 보기 드문 일.

이 승부수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버디를 기록해 박인비와의 격차를 다시 3타 차로 벌리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한 조 앞에서 경기하던 박인비는 15번홀(파4)에서 7m가 넘는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막판 추격전에 힘을 냈다. 하지만 헨더슨이 다시 16번홀(파3)에서 버디로 응수하며 박인비의 뒤집기 시도를 막아섰다. 박인비에게 남은 홀은 단 2개. 3타 차를 뒤집기 위해선 헨더슨의 실수가 나와줘야만 했다. 헨더슨의 드라이버는 오히려 290야드를 찍으며 불을 뿜었다.

승부가 기울었음을 직감한 탓일까. 박인비는 17번(파4), 18번(파4)홀에서 연속 3퍼트 보기를 범하며 뒷걸음질쳤다. 우승 경쟁을 하던 박인비가 연속 실수로 자멸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 통산 20승을 위한 극적인 역전승도, 세계랭킹 1위 탈환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는 2015년 10월 이후 2년6개월간 ‘1인자’ 자리에 앉지 못했다.
◆‘1인자’ 탈환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박인비는 이날 대회 최종일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펑산산(중국)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헨더슨이 무섭게 추격해온 박인비를 뿌리치고 12언더파 266타로 통산 6승째를 거둬들였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 모자에 노란 추모리본을 달고 경기를 한 헨더슨은 “버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캐나다 주니어 하키선수 16명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헨더슨은 어린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출발했다가 골프로 전향했다. 2위는 8언더파를 기록한 아사하라 뮤노스(스페인).

박인비는 지난 한 달간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을 수확하며 세계랭킹을 19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승수를 추가하면 세계랭킹 1위 복귀가 확실했다. 대회 직전 현 세계랭킹 1위인 펑산산과 박인비의 세계랭킹 포인트 차이는 0.56점. 우승은 못하더라도 단독 2위를 하고 펑산산이 공동 5위 이하에 그친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대회 내내 ‘1인자’ 자리를 위협받은 펑산산은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퍼트를 성공, 공동 3위로 뛰어오르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22주째 지켜냈다.

박인비는 “바람이 비교적 평범했던 날인데도 마지막 두 개 홀에서 모두 1m 안팎의 짧은 퍼트를 놓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3위로 마치며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로 도약했다. 이번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선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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