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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대한 환율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세적 입장이었던 외환 당국의 손이 더욱 묶여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환율압박 강화로 외환 당국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환율 압박수위 높인 美…"韓 개입내역 공개하라" 노골적 요구
미국 재무부는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조처들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은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재무부는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와중에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확대됐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보고서는 한국 외환 당국이 지난해 외환시장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6% 만큼 달러를 순매수해 원화 절상을 제한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90억 달러 규모(9조6천210억원)다.

한국 외환 당국은 특히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강하게 개입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기간 개입규모는 100억 달러(10조6천900억원)로 추산했다.

재무부는 작년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 1년간 외환시장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3%만큼 달러를 순매수해 원화 절상을 제한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49억 달러(약 5조2천381억원) 규모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원화가 달러화 대비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 개입을 줄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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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원/달러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달러가치 급등)할 때는 달러를 팔아 지나친 상승을 제어하는 매도개입(원화절상 목적 개입)이, 반대로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달러가치 급락)할 때는 달러를 사들여 미세조정하는 매수개입(원화절하 목적 개입)이 각각 이뤄진다.

미국은 이 가운데 원화에 견준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매수개입에 거부감을 가진다.

한국 외환 당국 관계자는 "(환율 보고서가) 미국으로서는 압박 수단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는 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 외환당국 운신의 폭 좁아져…환율 급락하면 수출 직격탄

이같이 미국의 노골적 환율압박이 커지면서 한국 외환 당국은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더라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부담을 느끼거나 미국의 압박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외환 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환율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와중이어서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한국 외환 당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변동성이 강할 때 미세조정을 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노골적 압박이 커지면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에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은 안 했지만, 앞으로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개입을 못 하면 원/달러 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급락할 경우 수출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 당국은 달러당 1,050원 선을 방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050원대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가 지난주 달러당 1,069.5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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