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GM

美 GM "20일이 협상 데드라인" 최후 통첩

美 본사 "한국GM에 출장 가지 말라" 공지
법정관리 돌입땐 3천명 일시 해고 가능성
국내 車·부품산업 생태계도 직격탄 우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해외 주재원에게 한국GM에 출장을 가지 말라는 공지를 보냈다. 일부 한국GM 노동조합원이 지난 5일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로 몰려가 난동을 부린 뒤 나온 조치다. 한국GM 노조가 인천 부평공장 사장실을 점거하던 당시 모습. 연합뉴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이번주 초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임직원들에게 이례적인 공지를 했다. 안전을 이유로 한국GM에 출장을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회사가 성과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노동조합원이 지난 5일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점거하는 등 난동을 부린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상황이 다급해지자 메리 바라 GM 회장을 직접 설득한 뒤 지난 11일 긴급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한국GM 노조가 자구안 합의를 거부하며 과격 행동에 나서자, GM 본사가 최종 시한(20일)을 못박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난에 처한 한국GM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 맞나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일을 ‘데드라인’으로 못박았다. 한국GM 노조가 20일까지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고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마저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 법정관리행을 택할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GM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 한국 정부를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암만 사장이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거론한 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란 해석이 나온다. 노조가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등 과도한 강경투쟁을 벌이고 총파업까지 거론하자 ‘강수’를 둔 것이란 설명이다.

산은이 한국GM에 대한 실사 기간을 단축하지 않고 정부의 자금 지원 여부도 윤곽이 나오지 않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GM 본사가 이미 한국GM의 법정관리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노조가 끝내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면 곧바로 법정관리 신청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한국GM의 생사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갈리게 된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청산에 들어갈 경우 GM과 산은은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챙기는 ‘빚잔치’를 하게 된다. 회생 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단기간 동안 최대 3000명이 정리해고를 당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직원 수가 1만3000여 명인 한국GM은 향후 5년간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로 약 3000명의 직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땐 이들을 한꺼번에 내보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설비 구조조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폐쇄하고 결국엔 연구·디자인센터·판매 조직 정도만 남길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력 수출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생산물량(부평공장) 일부를 중국에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랙스는 지난해 26만 대가량 수출된 ‘효자 차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내부에서 법정관리 신청에 대비한 실무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며 “20일 이후 본사 지시가 내려오면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법원에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30만 명 일자리 ‘흔들’

한국GM이 법정관리 문턱에 들어서게 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꺼번에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허공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GM 직원 수는 1만3000여 명이지만 협력사로 확대하면 직·간접 고용인력은 훨씬 늘어난다. 1차 협력사 300여 곳에 2·3차까지 합치면 총 3000여 곳에 이른다. 업계는 이들을 합한 총 근로자 수가 15만60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공장 주변 상권 등 간접적 이해관계자까지 포함하면 관련 종사자 수가 20만~3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높다. 1차 협력업체 300여 곳의 공장 가동률은 50~70%대로 떨어졌다.

국내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3000여 곳에 달하는 한국GM 협력업체가 줄도산 사태를 맞으면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 공급 중단 사태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 300곳 중 전속거래 업체는 86곳 정도다. 나머지 200여 곳은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과도 거래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무너지면 국내 차 부품 공급망이 흔들려 자동차산업 전반이 휘청거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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