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가수 에릭남 / 사진제공=CJ E&M

가수 에릭남 / 사진제공=CJ E&M

올곧고,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남자. 가수 에릭남은 데뷔 후 줄곧 어떤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파트너인 마마무 솔라가 애교를 힘들어하자 “우리는 엽기 콘셉트”라며 너스레를 떨거나, 못생겼다고 자책하는 개그우먼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여성들은 환호했다.

에릭남의 노래 또한 그의 다정한 이미지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굿 포 유(Good For You)’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솔라를 살뜰히 챙기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도발적인 가사의 ‘못참겠어’는 그가 출연했던 tvN ‘SNL코리아’의 ‘3분 남친’ 속 한 장면을 재현한 것처럼 들렸다. 그의 노래는 ‘착한 남자’ 에릭남에 대한 판타지를 강화할 뿐 ‘가수’ 에릭남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난 11일 세 번째 미니음반 ‘어네스틀리(Honestly)’를 발표하면서 에릭남이 ‘변신’을 강조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다정하고 로맨틱한 이미지가 나에 대한 선입견이 되는 것 같다”며 “나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발표했던 노래가 어쿠스틱한 악기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과 달리 에릭남은 ‘어네스틀리’에서 한층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하우스 음악으로의 전환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솔직히(Honestly)’나, 라틴 리듬을 가져온 수록곡 ‘포션(Portion)’은 그의 변화를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에릭남은 이 음반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고집을 세웠다”며 “내게 가장 잘 맞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에릭남이 바꾸려는 것은 자신의 음악일 뿐 이미지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변화는 전략적이라기보다 자연스럽다. 에릭남은 2016년 미국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지션 콜라주(KOLAJ)와 함께 작업한 ‘인투 유(Into you)’를 시작으로 최신 팝을 좇으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미국 유명 프로듀서 팀발랜드와 작업한 ‘바디(Body)’나 타블로·갈란트와 함께 부른 ‘케이브 미 인(Cave me in)’은 그의 음악 욕구가 드러나는 노래들이다. 그런 시도들이 ‘어네스틀리’를 완성시켰다.

‘어네스틀리’가 에릭남의 이미지를 완전히 부수거나 뒤집지 못할 것이다. 노래 바깥에서 에릭남은 여전히 상냥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이 부조화는 역설적으로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굿 포 유’나 ‘못 참겠어’가 에릭남의 인간적인 매력에 빚을 지고 있던 것과는 달리 ‘어네스틀리’는 음악 자체의 호소력으로 청중에게 다가간다. 이는 에릭남에게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데뷔 6년 차. 이제야 제대로, 시작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