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작되는 단계적인 근로시간 감축을 앞두고 청와대 게시판에 “일을 더하게 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한경 4월12일자 A3면 참조). 주당 최대 근로시간(68시간→52시간)이 한꺼번에 16시간이나 줄어들게 돼 대폭적인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정책이 ‘투잡(two-job)과 아르바이트가 있는 삶’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청원자 대부분이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중소·중견기업 생산직과 시급제 근로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강한 노조 교섭력을 바탕으로 임금·수당 인상 등을 통해 소득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최근 추산한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감소액은 약 35만원이다. 하지만 연장근로와 특근 등에 소득의 30~40%를 기대어 온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의 타격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을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들도 근로자 못지않게 비상이 걸렸다. 주문량이 폭주할 때는 생산라인을 전부 가동해야 납기를 겨우 맞출 수 있는데, 획일적인 ‘근로시간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게 돼서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 정책이라도 노사 모두가 반대한다면 귀를 기울이고, 시행을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상당수 선진국처럼 다양한 보완책을 둬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에게 ‘더 일할 자유’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근로자가 원하면 제한 없이 근무할 수 있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연장 근로를 포함해 주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지만, 근로자가 서면으로 동의하면 주 16시간 추가 근로가 가능하다. 더 일하고 싶거나 개인 사정 때문에 더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노동자 복지’다. 우리 정부도 무엇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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