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의 家톡 (2) 로망만을 좇으면 '망하는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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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사가 일반화된 요즘은 이사 가는 날이 ‘짜장면 먹는 날’이던 시절과는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삿짐센터에 새집 주소만 알려주면 알아서 옮겨주는 세상이다. 그러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터전을 옮기는 것이 가장 큰 집안 대사였다. 족보를 챙기는 집에서는 본래 씨족이 살던 터를 옮겨 새로 뿌리를 내린 선조를 입향시조(入鄕始祖)라고 해 창시조(創始祖)에 버금가는 중시조(中始祖)로 모시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

요즘이 그런 세월은 아니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옮기는 것은 포장이사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이들을 시골에서 교육하겠다는 당찬 각오로 온 가족이 시골행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후대의 입향시조가 된다는 각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하는 것은 전원주택을 오로지 내 마음에 드는 집으로만 지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시골 적응에 실패할 우려가 있고, 사정이 생겨서 불가피하게 도시로 유턴해야 할지도 모른다. 집을 지을 때 좀 더 보편적인 시각, 즉 남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시골에 집 짓는 일은 두 번 반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평생 한번’ 저지르는 일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꿈이 충만해진다. 그것도 정말 중요한 것보다는 집의 꾸밈새에만 온 신경이 집중돼 정작 챙겨야 할 것을 놓친다. 그 집착에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정말 중요한 것,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집을 무엇으로 짓고 어떻게 꾸밀까 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얼마 전 상담한 50대 여성은 올 때마다 직접 그린 도면을 여러 장 들고 왔는데 그게 매번 바뀌었다. 밤을 새워가며 온갖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몰두한 결과였다. ‘왜 시골에 내려와 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천식이 심해서 아파트에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바로 앞에 숲이 있는 땅을 일단 추천했다.

그다음으로 ‘가용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도면대로 지으려면 가진 돈의 1.5배가 필요했다. 대지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방을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였다. 천식에서 해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나머지는 다 버리라고 했다. 자주 오지도 않는 자식을 위해 빈 방을 두 개씩이나 만들 필요는 없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은 요구 사항이 단순하다. ‘내가 가진 돈이 얼마쯤 되는데, 이것만은 내 마음에 맞는 걸로 해보고 싶다’는 식이다. 주문사항이 많고 복잡한 경우는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이것만은 꼭 챙겨야 할 게 ‘없거나’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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