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구 연천명성한우 대표

당뇨·고혈압 환자 저지방 한우 찾아
단백질·오메가3가 풍부해 인기

“(소고기를) 2~3등급으로만 키웁니다. 1등급이 나오면 제 이름으로 안 팔아요. 대신 30개월이 아니라 18개월 정도 키워서 빨리 시장에 내놓지요. 그래야 기름기 없이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명인구 연천명성한우 대표(사진)는 마블링(육류를 연하게 하는 지방의 얇은 층) 없는 소를 키운다. 명 대표의 한우는 대부분 2~3등급 판정을 받는다. 1등급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잘 안 팔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저지방 한우의 맛과 영양을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명 대표는 한 달에 두 번 소를 잡는다. 고기값은 1++등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안심이나 제비추리 같은 인기 부위는 잡기 전부터 예약이 꽉 찬다. 그는 왜 1등급이 아니라 2~3등급 소를 키우게 됐을까.

경기 연천군 백학면에 있는 명성한우농장 축사에 들어서자 경쾌한 음악이 흘렀다. 축사 사이로는 햇빛이 내리쬐고 바람이 불었다. 4300여㎡ 널찍한 축사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걷고 있었다. 가까이 가자 소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명 대표는 정부가 정한 마리당 면적 기준보다 두 배가량 넓게 소를 키운다고 말했다.

축사 뒤쪽 작은 언덕을 넘으면 야산과 풀밭이 펼쳐져 있다. 약 16만5000㎡. “지금은 소들이 축사에 있지만 5~10월이 되면 이 풀밭에 풀어놓습니다.” 이렇게 키워야 소 면역력이 높아지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설명이다. 명성한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산지생태축산 시범농장이다.

사료는 그가 배합해 먹인다. 옥수수 귀리 등 일부는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다. 풀만 먹이지는 않지만 풀 사료 위주로 준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명 대표만의 독자적인 사육체계를 세웠고 그 방식을 인정받아 지난해 친환경축산대상을 받았다.

2010년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을 때 무사히 넘어간 것 역시 이렇게 키운 덕분이라고 명 대표는 믿는다. 농장은 구제역이 번진 백학면 노곡리 가까이에 있었고 그의 농장 200m 앞 농장까지 구제역이 번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방역당국이 네 차례나 농장에 조사하러 왔지만 명 대표는 자신이 있었다. “아무 소나 골라서 혈액을 채취해 검사해보라고 했죠. 우리 농장엔 구제역에 걸린 소가 없었습니다.”
농장에서 맛본 마블링 없는 한우(2등급) 등심은 부드럽고 풍미가 좋았다. 육즙이 풍부했다. 기름진 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났다. 퍽퍽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몇 차례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1++ 소고기와 비교해서도 맛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교 시절 8남매 중 장남이던 그에게 어머니가 김치 장사하면서 모은 돈으로 소 한 마리를 사주고 ‘잘 키워보라’고 했던 게 운명의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소와 먹고 자면서 동고동락했다. 1980년대 중반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돼 2년간 다녀온 독일 연수에서 소를 방목해 키우는 모습을 봤다. 자신도 자연에서 소를 그렇게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때 방목에 대한 여러 지식도 얻었다.

소고기 판매는 직거래로만 한다. 유통마진을 줄여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혈압 당뇨 등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주요 고객이다. 일반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과 오메가3가 더 많아서다.

지난해 명 대표의 방목 농장에선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가 발견됐다. 쇠똥구리는 1950~60년대만 해도 시골 산간 어디에서건 소가 있는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건강한 소의 똥이라는 의미”라고 그는 말했다.

농장 저수지에는 수경재배를 시도하고 버섯과 배추도 키울 계획이다. 담장 둘레에는 꽃을 심기로 했다. 꽃과 나무가 가득하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농장. 명 대표가 그리는 모습이다.

연천=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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