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반도체 기술공개' 제동 건 백운규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한중차세대리더포럼 주최로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중 고위 지도자 아카데미에서 ‘산업 혁신성장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백 장관은 고용노동부의 반도체 기술공정 외부공개 방침에 대해 “반도체 생산시설 배치 등 핵심 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방침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면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 유출을 그대로 두고볼 수 없다는 백 장관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재해와 근로자 ‘알 권리’를 내세우는 고용부 주장이 일부 일리가 있지만 중국 등이 국내 기술을 빼내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경쟁국에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된다는 게 백 장관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공장 내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했는지는 아주 예민한 정보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청정실(클린룸) 배치 등이 포괄적으로 공개될 경우 반도체의 핵심 공정을 알려주는 꼴이어서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의 소신에는 해당 분야 전문성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공대 교수 출신인 백 장관은 교수 시절 ‘친환경 2차전지 음극재료’를 개발하는 등 소재 연구개발 분야에선 손꼽히는 전문가다. 기업 핵심 기술을 공개하는 게 얼마나 예민한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산업부는 오는 1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를 긴급 소집, 삼성전자 보고서 내용을 따져보기로 했다. 국가 핵심 기술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판정할 경우 “보고서를 공개해선 안된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된다. 삼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위가 국가 산업기술 보호에 관한 행정부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문위는 반도체 관련 교수 14~15명으로 구성되며,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산업부 측은 “전문위 결정은 일종의 최종심”이라며 “한 번 국가 핵심 기술로 판단하면 번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이번 전문위 판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한 다른 기업들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삼성전자의 반도체기술에 대한 전문위 판단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 부처 중에서 재계의 하소연이라도 들어줄 만한 곳은 산업부가 유일한 것 아니냐”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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