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신세계푸드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각 종목이 국내 스포츠 역사상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기록을 새로 쓴 분야는 또 있다. 단체급식이다. 단체급식은 짧은 시간 몰려드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세계푸드는 올림픽 기간에 조식 메뉴 268개, 점심·저녁 메뉴 379개, 야식 메뉴 224개씩을 만들었다. 하루 평균 3만 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다. 하루 3만 끼 이상의 급식에 성공한 건 국내 최초다. 신세계푸드 소속 호텔급 셰프 60명과 임직원 500여 명이 합심해 이뤄낸 성과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역대 올림픽에서 음식과 관련한 선수들의 불만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높이 평가했을 정도다. 신세계푸드는 평창올림픽 성과를 바탕으로 올 들어 코엑스, 천안상록리조트, 강화씨사이드리조트 등에서 연 매출 400억원대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올림픽 급식 노하우를 담은 백서를 제작하고 있고,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단체급식 컨설팅 사업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1995년 신세계그룹의 급식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식품 제조, 식자재 유통, 급식, 외식,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등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진화했다. 2016년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1조2075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3%, 39% 증가했다. 이 같은 고속 성장 뒤에는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올반 가정간편식 1000억원대로 키우겠다”

신세계푸드는 2015년 체질 개선을 위해 종합식품연구소 ‘올반랩’을 세웠다. 올반랩에는 호텔 셰프, 파티셰 등 150여 명이 소속돼 있다. 그해 냉동만두 시장 공략을 위해 만두 전문업체인 세린식품을 인수했고, 올해는 베이커리 사업 강화를 위한 오산 2공장 신축에 나섰다. 올반랩이 설립된 이후 흩어져 있던 각 식품사업 부문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신세계푸드의 핵심 신성장동력은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올반’이다. ‘올바르고 반듯하다’는 뜻을 가진 올반은 3년 전까지 한식 뷔페 브랜드 중 하나였다. 2016년부터 그 위상이 달라졌다. 신세계푸드가 자사 식품 브랜드를 통합해 올반이란 이름으로 가정간편식을 내놓으면서다.

당시 HMR 시장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전통적인 식품 강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급식 사업을 주로 하던 신세계푸드가 올반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브랜드 출시 3개월 만에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육즙가득 왕교자, 국물떡볶이 등 60여 종의 식품이 100억원의 ‘깜짝 매출’을 올리면서 HMR 시장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올반 HMR의 연 매출은 출시 2년 만에 400억원대로 커졌다. 종류도 국, 탕, 김치, 소스, 안주 등 200여 종으로 늘어났다. 올반이 효자 사업이 되면서 신세계푸드의 전체 HMR 제조 부문 매출은 2015년 330억원에서 지난해 1450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반 HMR을 내놓기 전 한식 뷔페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20~4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찾는 올반 매장과 아울렛 등에서 시식 등 행사를 한 뒤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며 “올해 올반을 10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외식과 10개 베이커리 ‘빵빵한 성장’

신세계푸드는 한식 뷔페 올반을 비롯해 아메리칸 게스트로펍 ‘데블스도어’, 시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 수제버거 ‘자니로켓’, 건강음료 ‘스무디킹’ 등 15개의 외식 브랜드를 갖고 있다. 외식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빨라 장기간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다.

신세계푸드는 매장 등 외형 확대보다 브랜드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해산물 뷔페로 유명했던 보노보노는 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보노보노 스시’라는 세컨드 브랜드를 내놨다. 수제맥주 전문인 데블스도어는 미국 가정식과 수제맥주를 결합한 ‘데블스 다이너’로 분화했다. 또 2015년 인수한 스무디킹은 지난해 첫 흑자를 냈다.

베이커리는 신세계푸드가 연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핵심 사업군이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빵 케이크 등 식품류와 이마트에서 파는 빵을 신세계푸드가 만든다. 베이커리사업은 조선호텔의 베이커리였던 신세계SVN이 모태가 됐다. 신세계SVN은 2014년 신세계푸드의 베이커리 부문과 합병했다. 현재 블랑제리, 더메나쥬리, 밀크앤허니, 데이앤데이 등 10개의 세분화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이마트 안에서 다품종 소량 판매하던 밀크앤허니와 데이앤데이를 소품종 대량판매 방식의 ‘E-베이커리’로 확대했다. 120여 종의 빵 종류를 20여 종으로 줄이고 식사 대용으로 활용 가능한 베이글, 크루아상 등을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식 ‘할랄푸드’로 동남아 시장 공략

신세계푸드는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대표 식품기업인 ‘마미 더블 데커’와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설립했다. 첫 제품인 할랄 라면은 이달 중 말레이시아 현지에 출시된다. 기존 분말 형태 라면 스프보다 풍미를 높인 액상 소스를 넣은 김치 라면과 양념치킨맛 라면 2종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이슬람개발부(JAKIM)의 할랄 인증도 받았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무슬림이 밀집해 있고, 할랄 인증기관이 잘 갖춰져 있어 이번 합작을 기반으로 할랄 문화권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가 한식 제조기술과 외식, 베이커리 등 사업 노하우를 제공하고 마미는 제조와 운영 인프라를 담당한다.

장영진 신세계푸드 마케팅 담당 상무는 “올해를 ‘2023년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며 “할랄인증 라면을 시작으로 고추장, 양념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외식과 베이커리,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넓혀 동남아 시장 전역에 한국식 할랄푸드를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대형 컨세션 식음료(F&B)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식음사업이 목표치의 20%를 웃도는 성과를 낸 것을 계기로 스포츠 컨세션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아 최대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의 F&B를 맡아 데블스도어 제주점, 셀렉더테이블 등을 입점시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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