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인근 유후인의 한국 관광객들 모습. 일본은 엔저와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뜻) 문화 등을 통해 사상 최대 관광 호황을 맞고 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 7일 일본 후쿠오카 인근 유후인 온천.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잇단 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객들로 넘쳤다. 최근 6개월간 일본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는 직장인 김종욱(34) 씨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주말을 이용해 놀러갈 수 있는 데다 엔화 가치가 많이 내려가 비용 부담도 덜 해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박3일간 후쿠오카 시내 비즈니스호텔에 머무르면서, 한 번 여행을 할 때마다 40만원대의 돈을 쓴다고 했다.

"日여행 엔저에 제주보다 싸진지 오래"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내려가는 '엔저(円低)' 영향에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일본을 찾은 국가별 관광객 중 한국인이 151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여행사 중 한 곳인 모두투어(26,500300 1.15%)에 따르면 지난 1~3월 패키지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환율 영향으로 일본 여행 상품 가격이 대중화된 측면이 크다"며 "지리적 이점 때문에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2011~2012년 원·엔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할 만큼 초강세였던 엔화가 지난해 하반기 900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엔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물가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후쿠오카 유명 요리인 돈코츠라멘(약 700엔), 멘타이쥬(명란요리·약 1300엔), 우나기동(장어덮밥·1400엔) 등은 1인당 국내 외식비용과 유사한 수준이다.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면서 자유 여행객들이 늘어난 것도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일본행 항공권(인천-후쿠오카 기준)은 9만~12만원대로, 일찍 예약을 마치는 '얼리버드 항공권'이나 부산을 출발지로 설정할 경우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보다 싸다는 말이 이미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가격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며 "일부 항공권의 경우 서울-부산 KTX 티켓(11만원대)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돈 펑펑 쓰는 외국 관광객들

일본 아베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이후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을 방문해 돈을 쓰는 인바운드 소비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 내에서 하는 소비인 인바운드 소비액은 2012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에는 4조4162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4.1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오사카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간사이 지방은 인바운드 소비액이 2012년 대비 5배가 넘었다.

외국 관광객들은 일본에서 먹고, 즐기는 쇼핑에 많은 돈을 썼다.

지난해 인바운드 소비액을 항목별로 보면 1위가 쇼핑 비용으로 약 37.1%(1조6398억엔)을 기록했다. 2위는 숙박비용으로 약 28.2%(1조2451억엔)을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절반이 넘는 금액을 쇼핑하고 숙박하는 데 썼다.

고객에 대한 진심어린 환대라는 뜻의 '오모테나시' 문화도 일본을 방문하는 요인 중에 하나로 꼽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엔저와 함께 '오모테나시'로 대표되는 일본의 잠재된 관광역량이 발휘되면서 사상 최대의 관광 호황을 맞고 있다"며 "일본 정부 역시 이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적극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오사카를 다녀왔던 김씨는 "길거리 음식 하나를 팔아도 그릇을 깨끗하게 닦고, 친절하게 대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국내에선 4000~5000원을 지불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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