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대비 정숙성 및 가속성 돋보여
-운전자 보조 장치, 숙지 필요해


현대차 싼타페는 명실공히 국산 SUV의 대표 주자로 불릴만 하다.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상품 구성은 3세대에 걸쳐 더욱 가다듬어졌다. 출시 직후 3월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다림이 컸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력 제품군을 2.2ℓ 디젤에서 2.0ℓ 디젤로 옮겨온 점도 눈에 띈다. 유류비는 여전히 대부분 운전자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여서다.

그럼에도 SUV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중 분명 고성능에 대한 욕구도 있다. 디젤의 진동소음이 싫어 SUV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싼타페 전체 판매 중 디젤 비중이 90%를 넘어서지만 가솔린도 존재하는 이유다. 전체 판매 중 가솔린 터보 비중은 6%로 적지만 싼타페의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입지를 가지고 있다. SUV 특유의 실용성에 운전 즐거움을 더한 싼타페 2.0ℓT 가솔린을 서울 근교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일대에서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디젤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뒷면 우측의 레터링이 없다면 외관으로 디젤과 가솔린을 구분하기 어렵다(▶ [시승]패밀리 SUV의 모범, 현대차 싼타페 2.0ℓ 디젤). 싼타페 디자인의 특징은 당당한 SUV 본연의 모습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싼타페를 보고 정통 오프로더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형 SUV, 동급 수입 SUV와는 다른 디자인 방향성을 보인다. 유려한 곡선을 강조하거나, 컴팩트한 이미지를 위한 디자인 요소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각진 어깨선을 강조하고, 실루엣도 쿠페식으로 흐르기보다 각진 형태의 어깨선, C필러 이후의 선처리, 한층 부풀린 휠하우스 등으로 남성적인 강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세련된 감각도 잃지 않았다. 한층 다듬은 패밀리룩 덕분이다.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상하로 분리한 컴포지트 라이트, 역동적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형상화한 캐스케이드 그릴 등이 그것이다. 소형 SUV 코나, 아우격인 투싼, 올해 선보인 수소전기차 코나 등과 함께 SUV 라인업의 중심으로 통일감을 주면서 신선함을 효과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를 출시하며 강조했던 강점 중 하나가 실내 거주성이다. 마감재를 고급화하고, 패키징을 개선해 거주성을 개선했다는 것. 확실히 운전석에선 시야가 한결 좋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회사 설명대로 대시보드를 낮추고 전반적인 레이아웃을 수평 구조로 가져간 덕분이다. 시트 역시 착좌감이 훌륭하다. 허리와 옆구리, 엉덩이 등 몸과 닿는 요소별로 쿠션의 단단함을 달리 만들었다.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도록 몸을 자연스럽게 지지해주기 위한 설계다. 뒷좌석 역시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탑승해도 편안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휠베이스가 65㎜ 길어진 덕분에 무릎 공간도 넉넉하고, 리클라이닝 기능도 적절하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품목도 추가됐다. 인상적인 건 동승객을 위한 장치들이다.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제품 특성에 따라 적절한 상품 구성을 갖췄다. 대표적으로 후석 승객알림 기능이 있다. 2열이나 3열 탑승객이 있을 때 시동을 끄고 내리면 경고음과 함께 클러스터 화면에 경고 화면이 뜬다. 그래도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면, 일정 거리 이상 운전자가 벗어났을 때 경적을 울려 사람이 타고 있음을 알려준다. 간단한 설정을 통해 문자메시지로 경고를 받도록 할 수도 있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직분사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결합이다. 최고 235마력, 최대 36.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 효율은 5인승 4WD 복합 기준 ℓ당 9.0㎞(도심 7.9㎞/ℓ, 고속도로 10.9㎞/ℓ)다.


가솔린 터보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디젤보다 조용하면서 빠르게 달린다. 2.0ℓ 디젤 역시 정숙성에선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지만 두 차를 모두 시승해 본 결과 디젤이 가솔린을 넘을 수는 없다. 확실히 더 조용하고 주행질감도 부드럽다.


일반적으로 동급 엔진이라면 최고출력은 가솔린, 최대토크는 디젤이 유리하다. 제원표 상 싼타페 디젤과 가솔린 역시 마찬가지다. 2.0ℓ 디젤(최고 186마력, 최대 41.0㎏·m)과 비교해 가솔린 터보의 출력은 높지만 토크는 다소 뒤진다. 운전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최대토크는 정차 후 출발할 때나, 차선 변경 시 순간 가속 상황 등일 것이다. 디젤과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순 있겠지만 가솔린 역시 이런 상황에서 산뜻한 반응을 나타냈다. 무거운 덩치를 무리해서 힘들게 움직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대부분 엔진회전 2,000rpm 내외에서 움직였다. 가솔린 터보와 8단 자동변속기의 궁합이 꽤 좋다는 방증이다. 최근 출시되는 중형 세단을 모는 기분이다. 약간의 터보렉을 느낄 수 있지만 출발 때부터 전체적인 구동은 매끄럽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으면 변속기가 빠르게 반응하며 엔진회전을 낮춘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전후로 정속주행을 했을 때 트림 상 표시되는 효율은 ℓ당 15.0㎞ 전후, 효율에 더 욕심을 낸다면 더 좋은 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에 따라 성격도 꽤 큰 폭으로 변한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스마트 주행 모드는 운전 성향에 따라 스스로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등을 오간다. 주행 모드에 따라 클러스터 조명과 아이콘 등이 변하면서 어떻게 차를 운행하는지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차가 기분을 읽고 맞춰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상시 4WD 시스템 'H-트랙'을 비롯해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및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으로 구성된 '현대 스마트 센스' 등은 한층 안정적인 운전을 도와주는 요소다. 노면과 주행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자세를 제어하고, 자칫 운전자가 무리한 움직임을 가했을 때 경고를 알리거나 거동을 보정한다. 정속 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에서 부분 자율주행 모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앞차 간격과 상대 속도를 읽어 속도를 조절하고,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 동안은 차선을 유지하고 회전 구간도 부드럽게 통과한다.

그런데 운전자들은 이런 기능들에 대한 숙지를 잘 하고 있어야 한다. 신형 싼타페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아니다. 각 기능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잠깐은 스스로 운전할 수 있지만 유지 시간은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르다. 2분 이상 유지할 수도 있는 반면 30초 이전에 기능이 꺼질 수도 있다. 기능이 비활성화되기 전 운전자에게 경고를 알리지만 사전에 이런 기능을 너무 맹신해선 곤란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솔린 터보는 디젤보다 주행 성능을 강조한 차다. 그러다보니 주행 중 각종 전자 장치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다소 거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돌발 상황 또는 고속 주행에서는 운전자 의도와 다르게 움직여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안전장치 역시 운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잘 파악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총평
신형 싼타페 출시 전 업계에선 중형 SUV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든다는 진단이 적지 않았다. 소형 SUV의 등장, 아웃도어 활동의 증가에 따른 대형 SUV 및 미니밴의 인기 등이 중형 SUV 영역을 좁힐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출시와 함께 당당하게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출고되지 못한 계약도 이미 2만대에 육박할 정도다. 결국 중형 SUV 자체가 전망이 좋지 않다기보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잘 만든 차'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가솔린 터보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악한(?) 판매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덩치를 가볍게 몰고 나가는 움직임이 일품이다. 디젤과 마찬가지로 강화된 편의 및 안전품목 역시 만족도가 상당했다. 단순한 판매 숫자보다 제품 자체의 외연을 긍정적으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가솔린 터보 역시 잠재력이 높다는 생각이다. 싼타페 2.0ℓ 가솔린 터보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의 가격은 3,115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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