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춤추게 하는 '트럼프 감세'

S&P 500대 기업 1분기 순이익 1년새 18%↑

1월부터 시행된 감세
법인세 35%→21%로 인하
에너지업종 순익 78% 증가
넷플릭스도 59% 뛸 듯

'낙수효과'로 이어져
월마트, 최저임금 올리고
크라이슬러, 공장 증설
통상전쟁·소비 둔화는 부담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사진) 행정부의 ‘화끈한 감세’ 정책이 미국 기업의 ‘화끈한 실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우량기업 클럽인 S&P500 소속 대기업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7~18%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연간으로도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 뛰어넘는 이익 증가

당초 시장에선 S&P500 기업의 올 1분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0%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작년 1분기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4%에 달했다. 2014년 1분기(2.1%), 2015년 1분기(0.4%), 2016년 1분기(-6.7%)에 비해 월등한 성적이었다. 그런 만큼 올해는 대폭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상·하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에는 개인 소득세율 인하뿐 아니라 각종 법인세 감면이 담겼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1%), 최저한세율(20%) 폐지, 해외현금 송금세 인하(35%→12~14.5%) 등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한 법인세 감면 효과가 10년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 배경이다.

올해 1분기 이익 증가율 추정치를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업종이 78%로 가장 높다. 에너지 기업은 지난해까지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30%를 넘는다. 반면 정보기술(IT)주는 실효세율이 20%대 초반이다. 에너지 기업이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효과가 더 큰 만큼 이익 증가도 더 많았을 것으로 파악되는 이유다.

◆‘트럼프발(發) 낙수효과’ 기대

이익 증가는 미국 기업의 일자리와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올 1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00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감세 혜택을 직원과 나누겠다는 취지다. 일종의 ‘트럼프발 낙수효과’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2위 통신사 AT&T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직원들에게 1000달러씩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자동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내 직원 6만 명에게 2000달러씩 성과급을 지급하고 미시간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생기는 일자리는 25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회장은 “법인세 인하로 경제적 에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도 “세제 개편의 실질적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기업들은 또 풍부해진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늘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6500억달러, 배당이 5150억달러로 작년보다 각각 23%와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도 긍정적이다. 캐린 카바노 보야투자운용사 선임시장분석가는 “(기업들이) 이번 어닝 시즌(실적발표 기간)에 강력한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며 “본격적인 어닝시즌을 앞두고 투자 심리가 급변하는 시기지만 실적 호조세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가에 대해선 “부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많다. 법인세 인하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기업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 자산운용사 사장은 “변동성을 야기하는 통상 문제,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소매판매와 일자리 지표 등이 예전보다 둔화된 측면도 있다. 트럼프 감세의 효과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주용석/추가영 기자 hoho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