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 옮겨 다니며 6시간 반 '마라톤 회동'…결과는 빈손
"한국당 약속위반 더 많아" vs "야당 무시하나" 감정싸움도
개헌·추경 마감시한 다가오는데…국회 정상화 '시계 제로'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됐던 9일 개헌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 현안을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이며 국회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경 심사는 물론 개헌 국민투표 등 굵직한 현안의 처리시한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여야는 쳇바퀴 돌듯 소모적 공방만 되풀이하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하 평화와 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여의도에서만 두 끼의 식사를 포함한 세 차례 만남을 가지며 6시간 30분 동안 핵심 쟁점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우선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7시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협상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추경안 시정연설 및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를 위해 국회 의사일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은 개헌안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응수해 관련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이날 오전 여의도에 안개가 자욱이 끼면서 여야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심정을 날씨에 빗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우 원내대표가 "안개를 걷어버리자"고 운을 떼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안개를 걷을 분이…"라고 곧바로 응수했다.

우 원내대표가 "원래 안개가 걷히기 전이…"라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원래 새벽이 더 어렵다"고 받아쳤고, 우 원내대표는 다시 "어제 많이 걷었다"고 하는 등 입씨름을 벌였다.

결국 조찬회동이 결렬되자 여야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무대를 국회로 옮겨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을 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충돌이 더 거칠어지기만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자 "될 대로 한번 해보라. (민주당은) 4월 국회 간판을 내리자는 것 아니냐"며 여당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강행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국회를 희롱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우 원내대표는 "약속위반을 훨씬 많이 한 것은 한국당"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당은 여야가 개헌에 대해 합의하기 어려우니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방송법을 두고도 첨예한 대립이 되풀이됐다.

정 의장은 "지금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국민이 한탄하고 있는데 국회가 돌아가야 하지 않나.

지금 국회가 설 자리가 있나"라며 "방송법과 관련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람은 김동철 대표 뿐이다.

방송법을 얼마나 오래 얘기를 해왔는데 이 문제 하나로 4월 국회가 안 열리면 어떻게 하나"라면서 빠른 합의를 당부했다.

그러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정 의장을 향해 "3월 임시국회 때에는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의사일정을 진행하지 않은 바 있다.

야당을 무시하나"라고 따졌고, 정 의장도 "누가 무시했나.

4월 2일에도 합의가 안 돼 회의를 안 열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다시 "의장이 단호하게 하셔야 한다"고 하자, 정 의장은 "야당하고 짝짜꿍하라는 건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기에 김동철 원내대표가 가세해 "방송통신위원도 여권이 (더 많이) 추천하지 않느냐"며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다.

논의가 길어지면서 우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자"는 얘기도 했고, 결국 회동은 1시간여 만에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회동 직후 여야 원내대표들은 여의도의 한 중식집에서 오찬회동을 하고서 분위기 일신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이들은 1시간 30분가량 식사를 했지만, 회동 후 노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회동 수준으로만 얘기했다.

추가 논의는 멈춰 섰다"며 협상 결렬을 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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