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외국인들 'S자형 투자 이론' 중시
삼성, 실적만 증가해선 안돼
실적 증가율 함께 올라가야 상승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들어 나라 밖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해 각 분야에서 점점 심해지는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의 시각이 그렇다.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는 10년 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아시아 지역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우리도 짧은 기간에 FTA 체결국이 많아지면서 각국과 맺은 FTA에서 서로 다른 규정(예컨대 원산지 규정)이 적용됨에 따라 수출업체들이 많은 혼선을 빚어왔다. 마치 삶은 스파게티 국수를 그릇에 넣으면 얽히고설키는 것처럼 FTA 협정을 많이 체결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경제와 증시에 기대만큼 도움을 주지 못했다.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되는 곳은 비단 FTA 정책뿐만 아니다. 올해 우리 경기를 보는 시각은 성장률이 4%로 올라설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론’,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성장률 3%는 유지할 것이라는 ‘연착륙’,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 등으로 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라는 ‘경착륙’ 등 제각각이다. 증시를 보는 시각도 코스피지수가 조만간 3000선 이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대세 상승론과 오히려 작년 말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엇갈린다.

최근처럼 경기나 주가를 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때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법으로 ‘S자형 투자 이론’을 중시한다. 이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했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10% 정도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자동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는 1886년 처음 발명된 뒤 1900년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고소득층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께는 보급률이 10%에 달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14년 만인 1928년 보급률 90%에 도달했다.

한때 국내에서도 유행한 해리 덴트의 버블론에서 2009년까지 자산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던 것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현재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 보급률이 이때까지 90%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할 것이라는 S자형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S자형 투자이론이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어떤 신기술과 제품의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그 이후에는 한때 월가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부각된 구글의 조지 레이에스가 언급해 유명해진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수의 법칙이란 매출이 100억원이던 기업이 다음해 150억원이 될 경우 매출증가율은 50%다. 그 다음해에 50% 성장하려면 매출증가액이 75억원, 그 다음해에는 112억5000만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S자형 투자이론과 대수의 법칙이 기업 실적과 주가에 주는 시사점은 특정 기업의 실적곡선의 1차 도함수 값과 2차 도함수 값이 모두 ‘0’보다 커야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 이론에서 1차 도함수 값은 ‘특정 곡선의 기울기’, 2차 도함수 값은 ‘기울기의 기울기’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단순히 실적만 증가해서는 안 되고 실적 증가율이 함께 올라가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S자형 이론에 따른다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 놓을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가 나오는 한국 증시처럼 앞길이 잘 안 보일 때 워런 버핏 등이 가장 중시하는 투자기법이다.

지난 10년 동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질서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주력산업에서 그렇다. 그중에서 ‘알파 라이징 업종’이 주목된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알파(α)가,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지난 2년 동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식이 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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