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수요예측에 1000억 주문
자산 만기 늘리려는 보험사 몰려
우량 기업들 30년물 발행 검토
한국남동발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기 30년짜리 회사채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하는 데 성공할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통상 10년 만기를 장기채로 부르고, 이보다 만기가 길면 초장기채로 분류한다.

만기가 너무 길고 금리가 낮아 외면받았던 초장기채 수요가 생긴 것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1년 도입되기 때문이다. 자산 만기를 늘리려는 보험사 수요가 남동발전의 30년 만기채에 대거 몰렸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인 남동발전이 전날 30년 만기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한 결과 모집금액의 세 배를 웃도는 10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이번 30년물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모두 보험사였다. 500억원을 모집한 20년물에 들어온 매수주문(1200억원)의 상당 부분도 보험사들이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은 3년물과 10년물에서도 모집금액 이상의 수요를 확보한 덕분에 계획보다 총 발행금액을 1000억원 더 늘려 오는 12일 △3년물 1200억원 △10년물 500억원 △20년물 1000억원 △30년물 300억원씩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발행금리는 3년물 연 2.47%, 10년물 연 2.80%, 20년물 연 2.85%, 30년물 연 2.81%로 잠정 결정됐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남동발전은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인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는 공모 방식으로 국내에서 30년 만기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하는 기업이 된다. 한국전력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과거 세 차례에 걸쳐 30년물을 발행했지만,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 ‘발행간소화제도(일괄신고)’를 따랐다. 공모 방식으로는 KT(6회), SK텔레콤(5회), 한국남동발전(1회) 등이 찍은 20년물이 기존 국내 최장기 회사채였다. 해외에선 삼성전자(1997년)와 KT(2004년)가 30년 만기 달러화채권을 1억달러(약 1060억원)씩 발행한 적이 있다.
남동발전의 성공에 자극받은 몇몇 우량기업도 30년물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은 “보험사들의 잠재수요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신용등급 ‘AAA’ 기업 위주로 30년물 발행이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정부가 처음으로 30년 만기 국고채를 선보이자 30년 만기 회사채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만기가 길어 불확실성이 크고, 금리까지 낮아 활성화되지 못했다. 정부 보증 국고채는 30년 동안 믿고 투자할 수 있지만, 일반 기업은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보험사들의 수요가 생기면서 초장기채가 주목받고 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보험사들의 부채 만기는 지금보다 훨씬 길어진다. 이에 대응해 자산 만기도 늘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초장기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종민 메리츠화재보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이제는 보험사가 장기 회사채를 담아도 웬만해선 역마진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금리가 올라왔다”며 “자산 만기를 늘리려는 보험사들이 더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초장기물에도 충분한 수요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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