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경영 투명성 강화

대주주 일가가 직접 지분 매입

지선, 대출 받아 A&I 21.3% 매입
교선, 그린푸드 지분 23%로 확대

현대그린푸드 IT사업 따로 떼내
내부거래 비중 낮추고 VR 진출

"현대그린푸드가 사실상 지주사
2차 지배구조 개편안 나올수도"
현대백화점(90,000900 -0.99%)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기로 한 것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자동차,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내놨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동생) 부회장은 순환출자 고리가 되는 계열사 지분을 직접 사고팔면서 ‘형제 경영’ 체제를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투명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1월 현대백화점 등 10곳을 순환출자 보유 기업 집단으로 분류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 홈쇼핑 최대주주로

현대백화점그룹 내에는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 등이다. 투자회사 현대A&I,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연결 고리의 핵심이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5만1373주)를 매입해 첫 번째 고리를 없앴다.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757만8386주)를 매수했다. 나머지 두 개의 고리를 해소했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계열사 지분 매각과 은행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A&I 지분 매입을 위해 약 320억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홈쇼핑 지분 9.5%(114만1600주·1200억원)를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정 회장의 현대A&I 지분은 기존 52%에서 73.4%로 높아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23%까지 확대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지분을 팔면서 현대홈쇼핑 최대주주도 변경됐다. 기존 최대주주 현대백화점(지분율 15.8%)은 2대 주주로 내려오고, 현대그린푸드(25%)가 1대 주주가 됐다.

◆향후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

업계에선 당초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계열 분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그룹 내에서 현대그린푸드는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한다. 현대백화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뼈대로 한 2단계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지분 차이가 크지 않고, 두 사람 다 40대로 젊다는 게 그 근거다.

◆VR 테마파크 사업 전담 법인 만들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현대그린푸드의 정보기술(IT) 사업부를 별도로 떼어내 ‘현대IT&E’란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물적분할 형태로 현대그린푸드가 현대IT&E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재계는 이번 분할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현대그린푸드 내 IT 사업부는 주로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매출을 거둔다. 현대그린푸드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지분이 총 35.7%에 달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신설법인 현대IT&E는 기존 그룹 전산관리뿐 아니라 IT 신기술 개발 운영, 디지털 헬스케어, 클라우드 운영 대행 서비스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가상현실(VR) 전담 사업부를 마련하고 VR 테마파크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VR 테마파크는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주요 거점에 설립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 10월께 VR 테마파크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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