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 전면전'

통상마찰로 중간재 수출 타격
장기적으론 주력산업에 수혜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대(對)중국 수출이 많은 한국 중간재 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가 차질을 빚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한국 주력산업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제조 2025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가 한국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일(현지시간) 고율 관세부과 대상인 중국산 수입품 1300여 개 목록을 공개한 내용을 보면 예상대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정조준했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육성하려는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을 관세 부과 대상에 모두 포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기술들을 집중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앞서 미 의회에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의 10대 핵심 업종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점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미국의 경쟁 우위를 빼앗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쳐 사용하면서 무역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인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중 통상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화학제품 등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산 휴대폰과 텔레비전 등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는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성공하면 첨단기술 산업 비중이 큰 국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피해국가 1순위로 한국을 꼽았다. 독일과 일본, 체코, 이탈리아 등이 그 뒤를 따르고 미국은 중위험국으로 분류됐다. 그런데도 미국이 먼저 칼을 뽑아든 것이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로봇, 해양플랜트, 바이오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산업은 모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의 주력 사업이거나 신수종 사업과 겹친다. 삼성그룹은 2015년 내부 분석을 통해 중국 제조 2025가 달성되면 전자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놓고 중국 기업과 사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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