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협력업체들

공장 가동률 반토막에 돈줄 끊겨
2차 협력社까지 사업 포기할 판

실적 악화로 '부도 압박' 시달리던
협력사 모임 회장 돌연사 '뒤숭숭'

한국GM 노조, 노동쟁의 신청

/한경 DB

한국GM 협력업체 300여 곳의 대표 및 임직원 5000여 명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자금난으로 연쇄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삐걱거리면서 부품을 공급해온 협력업체들이 빈사지경에 내몰린 탓이다. ‘부도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한국GM 협력사 모임(협신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업계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조속한 경영 정상화 촉구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한국GM 1차 협력사 300여 곳으로 꾸려진 모임이다.

비대위는 호소문을 통해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들은 △정부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대승적 협상 종결 △선(先) 지원 후(後)실사 △한국GM에 대한 조속한 신차 투입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미국 GM이 2009년 파산 신청을 할 당시 미국 정부는 3주 만에 실사를 마치고 공적자금 58조원을 투입했다”며 “빠른 의사결정이 대량 실직을 막고 현재 18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을 살려냈다”고 주장했다.

한국GM 협력업체 300여 곳의 대표 및 임직원 5000여 명이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금난으로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한국GM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호소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연쇄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비대위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이달 20일까지 자구안에 대한 노사 잠정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미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2차 협력사들 중엔 사업을 포기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협신회 회장을 맡아온 이정우 영신금속 사장(56)이 지난 주말 갑자기 별세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 분위기는 더 뒤숭숭해졌다. 이 사장은 한국GM 사태로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품사 대표는 “지난해 회사가 적자를 본 데다 올 들어 한국GM 사태로 상황이 더 꼬이자 이 사장이 크게 낙담했었다”며 침통해했다.

◆고사 위기 처한 협력사들

한국GM 협력사들은 이미 고사 직전이다. 지난 2월 한국 정부에 대한 GM의 자금 지원 요청과 군산공장 폐쇄 발표 등이 맞물리면서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50~70%대로 떨어졌다. 올 1분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30% 이상 급감했다.

자금난도 심각하다. 은행권마저 어음 할인과 신규 대출을 거부하는 등 ‘돈줄’을 죄고 있어서다. 정부와 GM 간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협력사들의 생존 기반이 먼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GM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한계 상황을 넘어서면 국내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1차 협력사(300여 곳) 중 전속거래 업체는 86곳 정도로, 나머지 200여 곳은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과도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GM 협력업체들의 생존기반이 흔들릴 경우 국내 차 부품 공급망과 자동차산업 전반이 휘청거릴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GM 노조는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사 자구안 합의를 앞두고 파업 요건을 갖춰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장창민 기자 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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