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묶이자 전셋값 낮은 재건축 급매물도 안팔려…매수 위축
강북 등 일반 아파트엔 일부 갭투자 수요 붙기도

"대출이 막혀 집을 살 엄두를 못 내는 수요자들이 나오고 있네요.

대다수는 가격이 좀 더 떨어져야 사겠다며 외면하고. 당분간 가격이 좀 내려갈 것 같습니다."

1일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최근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시행되면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이달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매수 문의는 자취를 감췄고 거래도 동결될 조짐이다.

이달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피하려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급매물 거래가 적지 않게 이뤄졌지만 3월 말부터는 사실상 거래가 끊긴 곳이 많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다주택자들의 급매물도 당분간 사라지면서 한동안 거래 동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 DSR 등 대출 규제, 재건축 단지 직격탄
이미 DSR 등 대출 규제의 위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매매 잔금을 앞두고 대출이 줄어 거래가 무산될 뻔한 상황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을 샀던 매수자가 지난주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DSR 적용으로 당초 예정보다 3억5천만원이 덜 나온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며 "친척·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겨우 잔금은 치렀지만, 하마터면 대출이 줄어 계약금을 날릴 뻔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특히 대출 규제는 전셋값이 낮거나 이미 이주가 시작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직격탄이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아파트 1단지 51㎡는 12억4천만원까지 팔렸던 것이 현재 6천만원 내린 11억8천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재건축 단지는 대출 감정가도 낮은데 DSR까지 시행되면서 매수 예정자들의 대출 가능 금액이 더 줄어 집 사기 어렵다고 한다"며 "지난달 말부터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현재 매물이 10여개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 101㎡는 연초만 해도 16억5천만원을 호가하던 매물이 15억2천만∼15억3천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려왔지만 팔리지 않는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3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이 몇 개 거래된 이후로는 손님이 뚝 끊겼다"며 "그나마 매수 대기자들도 3월 말 양도세 중과 회피 급매물 가격보다도 낮은 15억원 이하 매물만 찾고 있어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에도 양도세 중과와 무관한 급매물이 한두개씩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112㎡는 최고 19억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7억7천만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매가는 17억원이 넘는데 전셋값은 3억∼4억원밖에 안돼 갭투자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전세를 주고 추가 대출을 받더라도 애초 보유 현금이 많지 않으면 매수가 어렵다보니 매수 가능한 잠재 수요가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잠실의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이 줄어들면 가격이 다시 오를 줄 알았는데 나와 있는 일반 매물도 매수세가 없어 안팔리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관리처분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도 지난달 말 양도세 회피 급매물만 시세보다 2천만∼6천만원 싼 금액에 몇 개 팔린 뒤 정상매물만 남자 다시 조용해진 모습이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3월 말에 급매물이 거의 다 소진되면서 일반 매물만 남은 상태"라며 "그러나 지난주부터는 문의가 줄고 추격 매수세가 없다"고 말했다.

◇ 전셋값 높은 일부 일반아파트에는 '갭투자' 거래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매매대금 전액을 장만할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DSR 시행으로 총소득이 많지 않은 직장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과거처럼 집값의 50∼70%씩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어려운 분위기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 구매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해 부모 등의 도움을 받아 사기도 어렵다.

마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본인이 돈이 있어도 소득증빙이 어려운 경우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때는 증여세도 내야 하니 골치 아프다며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아선 경우도 있었다"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이 막히면서 전셋값이 높은 강북 인기단지나 강남의 일반아파트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부분 갭투자 수요다.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 아파트는 최근 양도세 중과 매물이 아닌 일반 매물이 3건 거래됐다.

2022년 서초고등학교가 잠원동으로 이주하는 호재가 있고 다른 새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해 시세차익을 염두에 둔 수요자들이 전세를 끼고 구매했다는 것이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는 호가가 1억∼3억원씩 떨어져도 안팔리는데 전셋값이 뒷받침되는 일반아파트는 수요자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13억8천만원의 역대 최고 시세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최근 거래가가 10억원을 넘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기존 아파트라 전셋값이 뒷받침이 되니 3억∼5억원 정도의 현금만 있으면 매수가 가능해 갭투자를 하러 온다"며 "가격이 떨어질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오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주택가격은 하방경직성이 있어서 글로벌 경제위기 수준의 큰 외부 충격이 없는 한 단기간에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며도 "6월 지방 선거 이후 보유세 강화 논의가 본격화하면 구매심리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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