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 정치부 기자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하고 남측과는 수뇌상봉을 한다.’

남북한 정상회담 날짜가 오는 4월27일로 결정됐다. 11년 만에 열리는 역사적 이벤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회담’이라 칭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는 ‘상봉’이란 표현을 써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 29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북남 수뇌상봉 일정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온 겨레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게 됐다”고 표현했다. 하루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원수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습근평(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회담”이라고 보도했다.
외교·통일 전문가들은 “상봉이란 표현은 만남 자체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며, 우리 정부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상봉’이란 단어를 썼다고 강조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차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할 당시 우리 쪽에선 정상회담을, 북한에선 수뇌상봉을 고집해 끝내 공식 명칭을 통일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번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에도 구체적인 의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다음 고위급회담에서 구체화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북한은 가능한 한 우리 정부와는 비핵화 등 민감한 사안은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북한이 수뇌상봉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건 회담에서 나눌 논의엔 그리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상호 접촉에 중점을 둘 것이란 속내가 있다”며 “반면 중국과는 실질적으로 논의할 게 많기 때문에 ‘회담’으로 표현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도 “북한으로선 미국이 얻어낼 게 가장 많은 나라고, 그다음이 중국”이라며 “북한은 ‘받을 것’이 없으면 소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정상 간 만남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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