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은 예부터 기술력과 미학적 개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온 완성차 회사다. 앞바퀴 굴림 방식을 처음 적용한 트락숑 아방, 독특한 스타일의 DS는 브랜드 특성을 잘 나타내는 유산으로 꼽힌다. 2014년 선보인 컴팩트 크로스오버 C4 칵투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에어범프'라는 독특한 장치를 갖추고 세상에 나왔다. 에어범프는 열가소성 폴리 우레탄(Thermoplastic Poly Urethane)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옆 차의 탑승자가 문을 열 때 발생할 수 있는 흠집, 이른바 '문 콕'을 막거나 차체와 색상을 달리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성은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지난해 말 부분 변경을 이룬 C4 칵투스는 보다 평범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상징과도 같았던 에어범프를 대폭 축소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제품의 본성까지 달라졌을까? 새롭게 등장한 C4 칵투스를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는 1,500㎞ 여정과 함께하면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부분변경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변화를 거쳤다. 전면부는 LED 주간주행등을 시트로엥 엠블럼과 일체화된 크롬 바로 길게 잇고 그 아래 헤드램프와 그릴을 배치하는 디자인 정체성을 반영했다. 범퍼 하단부는 안개등을 중심으로 부풀리고 구멍을 뚫어서 보다 과감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에어범프에 얽매였던 표정이 제 얼굴을 찾은 모습이다.

측면부는 도어 패널을 다시 디자인한 결과 에어 범프의 흔적만이 남았다. 덕분에 에어범프에 가려졌던 도어의 매끈한 표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줄로 나란히 정렬한 에어범프 가운데 맨 앞의 것은 색상을 달리해 포인트를 줬다. A필러와 C필러는 검정색 시트지로 마감해 전면과 측면, 측면과 후면의 유리가 이어지도록 보이게 하지만 섬세함이 아쉽다. 기하학적 모양의 휠은 소형차만의 발랄함이 잘 묻어난다. 루프랙이 사라진 점도 특징이다. RV보다 실용적인 승용차로 마케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시트로엥은 새 칵투스를 크로스오버가 아닌 편안한 해치백이라고 강조한다. 후면부는 테일램프를 길게 넓혀 전작의 둔탁한 이미지를 지워냈다. 램프 아래의 에어범프는 흔적 없이 사라졌으며 범퍼 아래쪽은 전면부와 유사하게 부풀려 일관성을 부여했다.








실내는 여전히 거주성을 강조한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을 비롯한 곳곳엔 가방, 잡화 등의 형태를 본 따 이채롭다. 가장 큰 변화는 변속을 맡았던 버튼. 이지 푸시(Easy Push)가 일반적인 기어 레버 형태로 달라졌다. 물론 스티어링 뒤편의 패들시프트도 없어졌다. 모니터 같은 디지털 계기판은 속도를 중앙에 크게 표시하고 각종 정보를 심볼로 보여준다. 다만 엔진회전수를 볼 순 없다.

모니터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는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크 등을 지원하며 한글이 지원된다는 점도 돋보였다. 지도를 단순하게 표시하는 유럽형 내비게이션은 구글 지도보다 쓰기 편했다. 앞좌석은 독립식으로 바뀌었으나 그 흔한 팔 걸이가 없다. 콘솔박스에 팔꿈치를 대보려 하지만 크기가 작고 뒤쪽에 몰려 있어 불가능하다. 좌석은 블록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패턴으로 장식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천장은 기존과 같은 통유리 선루프로 이뤄졌다. 일조량이 적은 유럽 기후 특성 상 가림막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국내에 들어올 C4 칵투스는 루프 선쉐이드를 제공한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부족하다. 공간은 넉넉하지만 온도 조절용 송풍구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 유리는 설계상 내려가지 않고 틸트 방식으로 열 수 있다. 창 면적이 도어 내부에 수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태생적 한계 탓이다. 그렇다고 유리를 나눠서 내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외관의 간결함이 다소 사라졌을 것이다. 시트 중앙을 접어 팔을 걸을 수 있는 기능도 없다.

트렁크 용량은 358ℓ로 여행용 캐리어 3개를 넉넉히 실을 수 있을 정도다. 6:4 분할이 가능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170ℓ까지 늘릴 수 있다. 해치 도어는 일반적인 해치백보다 살짝 높은 정도로 여닫기 쉽다.








▲성능
동력계는 국내엔 생소한 3기통 1.2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의 퓨어텍 엔진을 탑재했다. 경차에 어울릴만한 엔진을 소형차에 얹은 셈이지만 최고 110마력, 최대 20.9㎏·m의 성능으로 경쾌하게 차를 움직인다. 무시하지 못할 토크와 직분사 엔진의 진동은 디젤 엔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1,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일상 주행을 중심으로 개발돼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을 오르는데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엔진이 작고 가벼워서인지 오히려 국내에 들어온 1.6ℓ 디젤보다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물론 가벼운 몸놀림은 1,070㎏에 불과한 공차 중량도 한 몫 거든다.

부분변경은 변속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동 기반의 ETG를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가 대체한 것. 다단화 흐름 속에 6단은 비록 적지만 변속 충격으로 인한 불편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스위스로 향하는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90㎞/h, 110㎞/h, 130㎞/h로 구간마다 다르게 설정돼 있다. 일정 속도로 꾸준히 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은 GPS와 연동해 제한속도가 바뀔 때마다 계기판을 통해 주행 속도 재설정을 권하기도 했다. 앞 차와 거리에 따라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을 지원하진 않지만 자주 활용했던 기능이다.

단단한 하체를 기반으로 한 핸들링은 과한 롤링을 보이지 않는다. 시골길의 와인딩 구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요소다. 시내의 좁은 골목들을 돌아나갈 때에도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 돌밭으로 이뤄진 벨지움 로드나 비포장 길을 지날 땐 통통 튀는 가벼운 승차감을 보인다. 차급을 생각하면 수긍이 되는 부분이다. 승차감 향상을 위해 준비했다는 유압식 서스펜션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PHC)'은 놀라울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총평
개성에 대한 욕심을 줄인 대신 무난한 상품성을 더했다. 파격적이던 에어범프를 줄이고 자동변속기를 택한 것만으로도 내외적으로 충분한 변화다. 차의 성격까지 다르게 표현된 점은 의외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제품 본질이 흐려졌다는 느낌이 전해지진 않는다.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범위에 도달했다.

국내엔 오는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유럽에선 최근 3년 동안 연간 7만8,888대, 7만1,378대, 5만6,245대의 실적을 기록해왔지만 한국에선 2,000만원대의 비교적 낮은 가격표를 붙였음에도 2016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098대만이 등록됐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 가려진 탓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MPV 피카소 라인업과 함께 브랜드 성장을 이끌어야 할 임무와 성장 여지를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C4 칵투스의 도전적인 실험은 진행형이다. 가격(프랑스 현지 기준)은 1.2ℓ 퓨어텍 샤인 2만2,400 유로(한화 약 2,996만 원)다.





파리=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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