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정치부 기자) 통계청이 얼마 전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50대 사망률의 남녀 성비입니다. 지난해 50대 남성 사망자는 2만700명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 사망자 7000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연령별로 봤을 때 50대의 사망률 성비가 최대입니다.

50대 남성 사망자가 많은 배경엔 여러가지 사회경제적·의학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어느 대학 교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것이 헌법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청년, 여성, 노인에 대해선 ‘국가가 보호한다’고 해 놓았는데 중장년 남성에 대해선 그런 조항이 없다는 것이죠.

그럼 헌법 조문을 살펴볼까요. 헌법 34조 3항입니다.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가가 여성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죠. 이어서 34조 4항엔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습니다. 노인과 청소년 복지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중장년 남성을 위한 조항도 개헌을 통해 집어넣어야 할까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중장년 남성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규정한 보편적 권리를 갖습니다. 중장년 남성이 청년이나 여성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대학 교수의 얘기도 꼭 헌법을 바꾸자는 것보다는 ‘외로운 중년의 하소연’에 가깝습니다.
다만 국민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헌법의 국가주의적 성격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의 국가주의적 성격은 경제 관련 조항에서 두드러집니다. 헌법 123조 1항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라고 하면서 농업과 어업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같은 조 3항에선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21일 발표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선 소상공인이 보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 특정 계층을 보호한다는 헌법 규정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역차별 논란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왜 IT 업종은 보호 대상이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삼성 등 대기업에 대한 비판이 때로 지나치게 제기되는 것도 헌법에 대기업 보호 조항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헌법의 보호 대상에서 소외된 50대 남성 사망률이 높은 것처럼 말이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헌법엔 모든 국민의 보편적 권리와 의무만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얘기합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특정 분야, 특정 계층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뜨겁습니다. 어느 계층, 어느 분야의 국민도 소외되지 않는 개헌이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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