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서혜영 '상추쌈' 편집자

10년 전 첫 아이 생기자마자 귀농
생태주의 관련 6권의 책 펴내고
틈틈이 쌀·밀 농사에 매실도 키워

“농촌에 내려가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귀농귀촌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한 번쯤 던져보는 질문이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라면 고민의 크기는 더 커진다. 기본 생활비 이외 자녀 양육비용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 귀농귀촌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 지난달 말 경남 하동군 악양면을 찾았다. 전광진(43·사진 왼쪽)·서혜영(40) 부부는 10년 전 악양면 정동리로 귀농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첫 아이는 어느새 열 살이 됐고 그 사이 두 자녀가 더 생겼다. 이들 부부가 1년 동안 농사와 출판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2000만원 남짓이다. 대도시에서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엔 빠듯한 돈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이곳에선 생활하는 데 큰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전광진·서혜영 부부의 자녀들.

부부가 섬진강 인근 하동에 터를 잡은 것은 2008년이다. 남편 전씨는 33세, 부인 서씨는 30세였다. 부부는 큰딸 임신 사실을 안 뒤 곧바로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귀농 준비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망설임도 없었다. 부부는 서울에서 아이를 키우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내와는 보리출판사에서 직장 선후배로 만났어요. 주로 생태주의나 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내는 곳이라 둘 다 자연스럽게 농촌과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됐죠. 편집자로 5년 정도 더 일한 뒤 시골에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바로 귀농을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뛰놀게 하자고 약속했거든요.”(전씨)

이들 부부의 시골 정착기는 귀농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꼼꼼한 사전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 일단 부인 고향인 하동행(行)을 결심한 뒤 곧바로 빈집과 논 3300여㎡(1000여 평), 밭 1650여㎡(500여 평)를 구입했다. 서씨의 부친은 하동에서 교회 목회자로 생활하고 있다.

“남편과 제가 모아둔 돈을 털어서 집과 땅을 샀어요. 빈집을 2300만원 줬죠. 주변 사람들은 하동 귀농 막차를 탔다고 해요. 10년 사이 귀농인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그 가격으론 집이나 땅을 살 수 없거든요.”(서씨)

부부는 매년 농사를 짓고 있다. 1000여 평 논에선 벼와 밀을 기른다. 500여 평 밭에는 매실, 앵두, 감나무를 키우는 동시에 여러 채소도 길러 먹는다. 유기농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생태주의에 대한 신념도 있지만 농사 규모가 작아 농산물 판매가 주 수입원이 아닌 것도 유기농법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부부의 주 수입은 출판사에서 낸 책을 팔아 번 돈과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버는 돈이다. 귀농 뒤 설립한 상추쌈출판사는 지금까지 여섯 권의 책을 냈다. 2013년 《스스로 몸을 돌보다》를 처음 출간한 뒤 해마다 한 권꼴로 출간하고 있다. 대부분 생태주의, 환경, 자연과 관련한 책이다. 최근엔 제철 재료를 활용한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 전국으로 배송 판매하고 있는 식품업체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에 관한 책도 출간했다. 일부 책은 초판 1000부가 다 팔려 추가로 찍어내기도 했다.

전씨가 다른 출판사 의뢰를 받아 프리랜서 편집인으로 벌어들이는 돈도 주요 수입원이다. 그는 출판 편집자처럼 거래처와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촌에서 충분히 생계를 꾸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도시 정규직에 비해 수입이 크게 줄어들지만 시골의 주거비와 생활비는 도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다.

“농촌에선 젊은 사람이 적으니까 1년 내내 농사일 할 사람을 구해요. 보통 남자는 하루에 8만~9만원, 여자는 6만~7만원씩 일당을 쳐줍니다. 귀농해서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부부가 한 달에 열흘 정도 이렇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엔 다른 프리랜서 일을 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요.”(전씨)

“다섯 식구가 1년에 2000만원으로 산다는 게 도시에선 쉬운 일이 아니죠. 서울에선 가족이 과일만 좀 먹으려고 해도 몇 만원이 들고요. 여기 와선 과일을 사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고기나 생선, 우유처럼 직접 만들지 못하는 것들만 사 먹으니까 식비가 크게 줄었어요.”(서씨)

젊은 부부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조건을 물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한 귀농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주변을 보면 특히 부인이 귀농에 찬성하고 적극적일 때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하동=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222887261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