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스틸컷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스틸컷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엔 B급 코드가 난무한다. 2D로 표현한 독특한 그림체, 다소 과하게 그려진 캐릭터와 표현법,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까지···. 호불호가 갈릴 법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공감의 정서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밤거리를 헤매는 검은 머리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선배가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눈알'(최대한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을 펼치는 내용의 판타스틱 청춘 로맨스다.

아가씨는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고 싶어 홀로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 영국으로 유학 가는 남자의 송별회에 참석해 누구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할아버지들의 환갑잔치에 참여해 우울해하는 그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파한다. 동네의 부자이자 ‘인생무상’을 외치는 이백 앞에서도 “인생은 풍요로운 것”이라며 술을 쉬지 않고 마시는 패기를 가졌다.

그런 아가씨의 뒤를 쫓던 선배는 기이한 일에 휘말린다. 봄엔 폰토초 마을에서 술 냄새 나는 날을 보내게 되고 여름엔 헌책 시장에서 매운 음식 먹기 대회에 참여한다. 가을엔 동네잔치처럼 시끌벅적한 대학 축제를 누비고 겨울엔 지독한 감기로 고생한다.

사계절이 단 하룻밤으로 표현된 점이 흥미롭다. 덕분에 이들이 말하는 하룻밤은 꽤 길다. 길어 보이는 인생이지만 그렇지 않으니 아가씨처럼 인생을 즐기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여기에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연출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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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누구와 만나도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춤을 출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연극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한다. 그는 인연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헌책방의 신(神)은 “책과 책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빤스총반장이 오래도록 짝사랑했던 여인의 정체와 빤스총반장을 사랑한 인물 등이 얽히고설켜 코믹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역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인연’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연의 소중함을 얘기하던 아가씨는 우연을 가장해 1년 내내 자신의 주변을 서성이던 선배의 마음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맺어질 수 없는 것 역시 인연이고 관계다.

비현실적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고 모두 과장된 몸짓과 말투를 지녔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안고 있다. 지독한 고독,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이 담겼기에 공감할 수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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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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