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고수 5인에게 물었다

/한경DB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4주 연속 하락했다. 특이한 것은 강남권 등 인기주거지역일 수록 전셋값 하락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올들어 1억~2억원 급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연초 각종 부동산연구기관들은 연초 서울에선 전셋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도 지방 등과 달리 입주물량이 많지않아서다.

성급한 이들은 전셋값 하락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세가격은 철저히 실수요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 근거다. 실수요가 뒤따라 오지 않는 만큼 집값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실전고수들은 이같은 전망에 고개를 젓는다. 집코노미가 21일 전세값 하락 원인과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전고수 5명을 긴급 인터뷰했다.

-서울 전셋값이 떨어지는 이유와 향후 전망은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지금 전셋값이 떨어진 건 당연하다. 올 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폭증했다.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됐다.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에 전세가 아니고 매수를 하다보니 전세가는 떨어졌다. 당분간 상승·하락도 아니고 안정세로 전망한다. 그러나 가을쯤 되면 다시 이주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가 소폭 오를 것이다.”

▶유대열 다꿈스쿨 대표(닉네임 청울림)
“상승기에 가격이 오르는 걸 보고 전세를 생각한 사람이 매매로 마음을 바꿨다. 주택 수요는 매매수요와 임대수요의 합이다. 임대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옮겨 가면서 전세 수요가 죽었다. 수도권에 서울로 출퇴근 가능한 주택 공급도 늘어났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었기 때문에 전세가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이주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전세 가격은 지난 7년간 계속 올랐다. 이미 전세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어느 지역이든 전세가는 정체될 것이다.”

▶분양권 전문 강사 박지민(닉네임 월용이)
“임대수요의 매매전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고 일부 지역에 국한된 얘기다. 앞으로 국지적인 하락세는 나타날 수 있다. 하반기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입주한다. 그 전후에 강남권이나 강북 한강변 전세 수요를 흡수하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서울 전체적으론 하락세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2만3000가구인데 수요 대비 적당한 수준이다. 일시적으로 한쪽 지역으로 공급량이 몰려서 전세가가 떨어지고 서울 전체는 큰 변화 없을 것이다.”

▶구만수 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박사
“매매가격은 교환가치, 전세가격은 사용가치다. 사용가치엔 거품이 없다. 경기도 입주물량이 늘면서 서울 전셋값도 조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직주근접이나 전통적인 비교우위 학군지역 등 전세 실수요가 있는 지역은 하락할 가능성 적다. 다만 근거리에 입주물량이 있는 지역은 하락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아파트 검색엔진)’ 대표(닉네임 구피생이)
“자금력 있는 무주택 대기수요자들이 핵심지에 내집마련을 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전세 수요자가 매매수요로 전환하면서 기존 전셋집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자금이 일부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일단 전세를 끼고 추격매수한 것도 전세물량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단기적 물량변수가 해소된 이후에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주택 세입자가 내집마련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등록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 5% 상승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규 전세공급이 줄어들어 전세가격은 향후에도 물가상승과 더불어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19일 기준) / 자료=한국감정원

-과거 사례를 보면 전세값이 떨어지면 시차를 두고 집값도 떨어졌다. 집값 하락할까.
▶박지민씨
“집값은 오히려 오를 것이다. 다주택자가 작년부터 이번달까지 주택을 처분했다. 2주택 가진 사람 자체가 적다. 1주택자가 굳이 손해보면서 매매가를 낮춰서 팔 이유가 없다. 일시 조정은 있어도 전셋값이 집값을 확 끌어내리진 못한다.”

▶유대열 대표
“매매가격 하락으론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전세가 하락세가 그 정도로 심한 것도 아니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끌어 올리거나 내리거나 하는 건 집값 상승기 초반부에 나타는 현상이다. 후반부엔 전세가격이 영향을 못 미친다. 물량보다는 유동성과 정부정책으로 움직인다. 후반기에 공급물량이 증가해도 투자자와 유동성이 모두 늘어서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다.

▶구만수 박사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아파트가 아니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교환가치도 사용가치에 종속돼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물건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야 산다. 떨어질 것으로 생각이 되면 매입을 보류한다.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로 투자심리가 아주 위축되어 있다.”

▶김민규 대표
“ 전세가가 주춤하더라도 매매가는 상승할 것으로 본다. 재건축 규제로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희소성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더 크게 할 것이다. 강남은 본래 전세가격으로 매매가가 지탱되는 지역이 아니다. 자금력 있는 실수요자가 풍부한 데다 고가주택 유지의 부담이 있어 여러 채 투자하기보다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과거 통계를 봐도 강남지역 집값 상승률과 전세가율은 정확히 반비례의 관계를 보인다. 서울 전역으로 보더라도 공급이 원할하지 않다.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은 최근 10년간 연 3만호를 넘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이 끝나고 재건축도 규제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이 전무하다. 좋은 입지의 신축 아파트가 먼저 가격 상승의 힘을 받고 그보다 열위에 있는 지역들이 조금씩 키를 맞추는 모양새로 시장이 흐르는 이유다.”

▶이상우 애널리스트
“매매가는 상승한다. 신규 분양 단지에 청약자가 몰리는 걸 보면 수요가 충분히 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한 분위기다. 하반기 공급 물량 부족으로 매매가격은 다시 오른다.”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구만수 박사
“정부 대출규제 등 유동성 조이기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적절하지 않다. 소나기는 잠시 피해야 한다.”

▶유대열 대표
“투자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매매, 전세 둘 다 그렇다. 물량이 많아지는 동탄, 화성, 시흥 등 지역은 역전세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돌려 주지 못해서 소송도 늘고 있다. 전셋값이 싸다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제대로 못돌려 받을 수도 있다. 투자자는 갭이 적어 투자했다가 역전세되면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니까 유의해야 한다.

▶김민규 대표
“현금흐름 관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일시적인 자금경색에 빠지면 모두를 잃게 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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