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성 호소 실효성 없다' 판단
뇌물·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예정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20일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 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검찰의 수사 기록과 각종 증거자료를 통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포기가 구속까지 감수하겠다는 판단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 내용 등을 감안하면 법원에 출석해 영장 발부의 부당성을 호소한다고 해도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또다시 공개석상에 서는 것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가족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 수사 결과를 계속 반박할 경우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 씨까지 사법 처리될 위험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뇌물, 횡령 등에 김 여사와 아들 이씨까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각종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가족에 대한 검찰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영장심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변호인까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이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 장소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22일 밤늦게 또는 23일 새벽에 결정 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