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바뀌는 트럼프 정책 노선
백악관의 혼돈 커 달러가치 흔들
철강 관세부과는 달러강세 예고편"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첫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중 하나는 달러 약세다.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달러 실질실효환율이 8% 하락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의 예측은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감세와 금리 정상화에, 재정 확장과 통화 긴축정책이 맞물려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정책 조합이 레이건-볼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폴 볼커 미국 중앙은행 의장) 시대와 마찬가지로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봤다.

세제 개편으로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이익을 환수하면 자금 유입을 촉발해 달러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새로운 관세는 수입 비용을 올려 국내산 수요를 늘리면서 완전 고용에 근접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거나 달러 가치가 높아질 때 실질환율은 올라간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시장은 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작년의 달러 가치 하락을 설명하기 위해선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

가장 대중적인 설명은 트럼프가 무능한 탓인지, 지시가 잘못된 탓인지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수입 관세 부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1조달러 인프라 투자 패키지는 지난해 실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감세와 이에 따른 해외이익 환수, 금리 인상은 실행에 옮겼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달러 가치를 떠받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실정만으론 달러 약세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또 자주 등장하는 설명은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의 상승보다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질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늦춰서 혹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1월과 2018년 1월 사이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현재 시장이 떨고 있는 것은 경기 과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 금리 인상이 늦춰질까봐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달러 약세 이유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대부분 간과하고 있다. 트럼프가 야기하는 불확실성이다. 정책 노선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정책의 영향을 예측할 길이 없다. 인프라 예산은 갑자기 줄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는 재가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강(强)달러 정책을 포기한 듯 보였으나 다시 돌아섰다.

불확실성만큼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것도 없다. 특히 외환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최우선으로 한다.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은 달러가 안정적일 뿐 아니라 위기에 강하다는 이유 때문에 달러에 몰려들었다.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군사력은 난공불락이고,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많은 금융시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 발행국의 대통령이 군사 동맹을 흔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가능성을 키우면서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 축소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백악관의 혼돈이 커질수록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철강 수입관세 부과 조치(이에 찬성하든 반대하든)는 달러 가치를 부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지난 1일의 달러 가치 상승은 향후 외환시장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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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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