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GKL 등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 기대했는데

'공기업=고배당주' 공식 깨져

한전, 탈원전 정책에 실적 악화
2017년 결산 배당금 절반 '뚝'
주가도 반년 새 20% 하락

상장사 배당확대 흐름에 역행
외국인·기관투자가도 외면
회사원 A씨는 4만원대에서 횡보하던 한국전력(36,950250 +0.68%) 주가가 지난해 9월 3만원대로 내려앉자 300주를 샀다. 2016년 6만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많이 떨어진 데다 5% 안팎인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현재 주가)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개월도 채 안 된 현재 주가는 당시 매입가보다 20% 가까이 더 떨어졌다. 2017년 결산 배당금도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한국전력뿐 아니라 지역난방공사(80,200400 +0.50%) GKL(27,4001,800 +7.03%) 등이 줄줄이 실적 부진에 배당을 줄이면서 ‘공기업=고배당주’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7개 공기업 배당금 34% 감소

한국전력은 지난해 결산으로 주당 790원의 현금배당을 한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증권업계 추정치(1229원)를 크게 밑도는 금액이었다. 이후 20일(종가 3만1650원)까지 4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바닥을 뚫고 내려간 한국전력 주가가 지하 몇 층까지 더 추락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에 ‘배당 쇼크(충격)’까지 더해져서다. 한국전력은 대표적인 고배당주였다. 이 회사의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배당기준일 주가)은 2015년 6.20%, 2016년 4.49%였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함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전력 구입 비용이 늘었다. 2016년 12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조9532억원으로 급감했다. 뒷걸음질친 실적에 배당금 총액도 1조2711억원에서 5072억원으로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을 포함해 GKL 강원랜드(29,550800 +2.78%) 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 상장사 7곳의 배당금 총액은 2016년 결산 1조9202억원에서 지난해 1조2583억원으로 34.47% 감소했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행(16,750150 +0.90%), 한전기술(34,7502,050 -5.57%), 한전KPS(49,5001,700 -3.32%)는 전년보다 배당을 늘렸지만 배당액 규모가 큰 한국전력(-60.10%)과 GKL(-31.04%) 지역난방공사(-25.68%) 등의 배당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은 전년과 비슷하지만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배당금도 적어졌다.

◆정책에 발목 잡힌 실적·배당

지난해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방침에 힘입어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25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5조5020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2016년 배당금(21조7401억원)보다 17.8% 늘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맞춰 배당 확대에 앞장서겠다던 공기업 상장사들은 정작 이런 흐름에 역행했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안정적인 실적과 고배당으로 일종의 ‘안전자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여겼던 ‘공기업의 배신’에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도 등을 돌리고 있다.

정책이 공기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부가 공기업 배당 축소에 따른 세수 감소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상장 공기업의 지분을 상당 부분 갖고 있어서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강원랜드는 사행산업의 매출을 규제하는 매출총량제 등 영업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상장사의 실적이 좋고 배당이 늘어나면 민간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공기업의 정책 위험(리스크)이 크다 보니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1배 미만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도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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