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이 함께 즐기는 유일한 페라리, 가격은 3억 중반부터

페라리를 설명하는데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 존재 자체가 상징적어서 어설프게 꾸미는 게 오히려 진부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붙여보자면 '남자들의 로망, 범접하기 어려운 수퍼카, 주변을 압도하는 아우라' 정도가 될 듯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뻔하고 형식적인 언어로 만드는 게 페라리다.

그런데 GTC4 루쏘T는 조금 다르다. 여느 페라리처럼 단어 하나로 규정하기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슈팅브레이크, 온전한 4인승, 840ℓ에 달하는 트렁크 그리고 카시트 장착을 위한 ISOFIX까지. 페라리에 갑자기 왠 카시트냐고? 너무나도 이질적인 두 단어의 조합을 이뤄낸 게 GTC4 루쏘T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믹스매치의 결정판 GTC4 루쏘T를 소개한다.




▲스타일
GTC4 루쏘T는 페라리 최초의 4인승 4륜구동을 채택한 FF(Ferrari Four)의 후속이다. FF와 마찬가지로 탑승 및 적재공간을 넉넉히 확보하기 위해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을 계승했다. 때문에 순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근육질의 페라리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유려하고 섬세한 곡선 실루엣을 통해 공기역학적인 슈팅브레이크의 옆태를 지녔다.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손길로 차분한 분위기를 낸다. 그러면서도 전면에 자리 잡은 날카로운 눈매와 거대한 공기흡입구, 빵빵한 앞뒤 휀더, 동그란 리어램프는 페라리 DNA를 담았다. 양쪽 하단에 자리한 배기구와 휠 안쪽으로 비치는 유채색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이 차가 만만치 않은 성격임을 드러낸다.

문을 열면 좀처럼 보기 드문 빨간 실내가 인상적이다. 얌전한 흰색 외장에 빨간 내장색을 조합해 놓으니 이색적이다. 물론 실내외 색상은 선택이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거의 대칭적인데,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운전석에 위치하는 계기판이 조수석에도 있다는 점이다. 운전석과 동일하게 엔진회전수 및 속력 등을 나타내 동승자도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센터페시아는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공조버튼으로 이뤄지며 그 아래 컵홀더가 자리한다. 생각보다 편의 및 안전 기능과 버튼은 단조롭다. 능동적인 운전의 재미를 위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서는 힘을 뺐다.




운전석에 앉으면 순간 당혹스럽다. 있어야 할 자리에 스타트 버튼과 시프트레버가 없다. F1의 감성을 담아 꽤 많은 기능을 스티어링 휠에 함축했다. 스타트 버튼은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 편에 마련했고, 시프트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부착된 칼럼 방식이다. 후진 기어(R)는 별도 버튼으로 중앙 컵홀더 주변에 위치한다. 방향지시등도 스티어링 휠에 붙은 버튼을 검지로 조작한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도어트림, 센터페시아에 사용된 마감재는 단연 고급스럽다. 촉촉한 질감의 가죽이 손과 몸체를 야무지게 감싼다. 조수석도 버킷 시트다.

압권은 실내 공간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이고 2열에도 넉넉한 승차 공간을 확보해 온전한 4인승의 역할을 한다. 그저 그런 구색을 갖춘 게 아니라 어른도 야무지게 소화한다. 더 놀라운 점은 ISOFIX를 구비했다는 것. ISOFIX는 국제 표준 카시트 고정장치로, 뒷좌석에 아이를 위한 카시트를 안전하게 장착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전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페라리와 카시트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을까. 답은 운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성능
GTC4 루쏘T는 이름에 상당히 많은 정보를 내포한다. GT는 그란 투리스모, C는 쿠페, 4는 4인승, 루쏘는 럭셔리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T는 터보엔진란 의미다. 풀어 쓰자면 호사스러운 장거리 여행을 위해 터보 엔진을 얹은 4인승 럭셔리 쿠페라는 얘기다. 장거리 여행이란 부분에는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이 뒷받침된다. 물론 이 또한 상대적이어서 '페라리 중에서 가장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주행감은 기대 이상으로 안락하다. 수퍼카라는 무게에서 오는 압박감이 거의 없다. 차체 높이가 상대적으로 높아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스티어링 휠은 운전하기 편할 정도로 가볍다. 오직 달리기를 위해 낮은 무게 중심과 단단함을 추구한 고성능 차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노면을 단단히 내달리면서도 제 것으로 흡수한다. 반복되는 장거리 주행에도 육체적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은 우렁찬 엔진음도 GTC4 루쏘T에선 일부 양보했다. 도심형 그리고 가족형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뒷좌석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도 놀라서 번쩍 깰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성능은 그대로다. 앞서 '편안하고 안락하다'고 주행감을 설명했지만 사실 제원 자체는 수퍼카다. 동력계는 8기통 3.9ℓ 터보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610마력, 최대 77.5㎏·m의 성능을 발휘하며, 도심을 벗어나 본성을 드러내면 시속 100㎞까지 3.5초에 돌파한다. 최고 시속은 감당하기도 어려운 320㎞다. 이런 파워를 한계까지 이끌어내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저 운전을 하는 순간을 즐길 뿐이다. 속도을 올릴수록 든든해지는 안정성, 노면을 제대로 움켜지는 코너링, 민첩하게 반응하는 제동력은 어떤 운전자라도 만족할 만하다.

▲총평
GTC4 루쏘T의 타깃층은 명확하다. 도심에 살면서 주말 여행을 즐기는 3040대 가정. 둘 이상의 탑승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수퍼카의 단점을 파악해 4인 가족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현재 페라리에 부재한 SUV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따라서 가족 취향을 만족하도록 개성은 조금 줄이고 약간의 보편성을 가미했다. 엄마가 운전하기 쉽고 아이들이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쪽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빠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GTC4 루쏘T의 본성은 결국 페라리여서다. 한적한 고속도로에 나가 레드존의 빨간 불빛을 이끌어내면 우렁찬 배기음으로 화답한다. 수퍼카답게 가격은 3억 중반부터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사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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