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차를 구입하면 ‘저희 레이싱팀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받는다. 페라리는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해 F1(포뮬러원)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싱팀을 유지하기 위해 차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사진)는 19일 “쓰리세컨즈를 페라리처럼 레이싱에 참가하기 위해 기업활동을 하는 벤처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며 “2~3년 내로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할 예정인 국제무인자동차경주에 레이싱팀으로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쓰리세컨즈는 경주용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자동차가 좋아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자율주행 AI 개발을 위해 전공을 바꿔 데이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GT200 클래스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레이서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 타는 차로 낯선 트랙을 돌아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며 “사람처럼 차와 트랙에 스스로 적응하는 자율주행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카메라와 센서 등 차량의 주변 인지에 힘을 쏟고 있다면 우리는 그다음 단계인 차량의 정밀제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자율주행차가 네 바퀴를 모두 접지한 채로 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쓰리세컨즈가 개발 중인 AI는 바퀴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기도 한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다.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AI는 사람들이 트랙을 달린 주행기록(데이터로그)을 바탕으로 학습하고 있다. 구글 알파고가 국수들이 둔 대국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한 것과 같은 원리다. 지난 1월부터 레이서들이 웹사이트에 트랙 주행기록을 올리면 AI가 이를 분석해 기록향상을 위한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레이서들은 기록을 단축할 수 있고 쓰리세컨즈는 주행기록을 모을 수 있어 ‘윈-윈’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제한속도가 높아지면 우리 AI가 가진 차량제어능력이 각광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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