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재산·뇌물 등 부인…검찰총장 보고 거쳐 이르면 주중 결론
구속될 경우 20년 만에 '전직 대통령 두 명 구속' 비극 되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검찰도 구속영장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된 피의자 조사에서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는 20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혐의는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의혹, 민간영역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 다스 실소유주로서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 경영 비리에 가담한 의혹,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BBK 소송 비용을 대납받은 의혹, 다스 비밀창고로 청와대 문건을 불법 유출한 의혹 등으로 나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측근에게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고, 민간영역에서 들어온 불법 자금도 알지 못한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일부 돈은 정치자금인 만큼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만큼 관련 혐의를 적용받아서는 안 되고, 유출된 청와대 문건은 이사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도 기존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향후 신병처리에 대한 검찰의 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추정되는 뇌물 액수만 110억원대이고 횡령 등 비자금 규모도 3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혐의 내용이 무거워서 원칙적으로는 구속영장을 검토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사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한다는 정치적 부담과, 이 전 대통령이 큰 반발 없이 검찰 조사에 응하는 등 도주의 우려가 적다는 점은 선뜻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최근 법원 영장전담 재판부가 '이미 객관적 물증 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로 검찰 입장에서는 '잘 된 수사'의 구속영장을 오히려 기각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점 역시 검찰이 고려할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의 태도는 구속영장 청구 쪽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향후 재판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아들 이시형씨를 비롯한 다수의 친인척과 측근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말 맞추기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문제에 관해 "(영장 청구는)조사가 끝난 뒤의 문제이고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단계이고 거기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수사가 이뤄졌고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 단계인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중에라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리라는 분석이 많다.

수사팀은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병처리 방향을 잠정 결정할 계획이다.

수사팀이 영장 청구와 관련한 의견을 정리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 문 총장이 곧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치소에 수용되는 '비극'이 20여 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검찰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했고 이들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그해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되기까지 약 2년여간 수감 생활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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