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고교 60% 정원 부족
대학 '진학복지'에 정책 치중
직업교육 인프라는 무관심
서울 청운동에 있는 ‘실업 명문’ 경기상고는 올 입학생 모집에서 정원 미달 사태를 겪었다. 1923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1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통 명문조차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 등 직업고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경기상고 외에도 올해 전국 직업고의 60%가량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원 미달 학교는 최근 2년 새 갑절로 불어났다.
‘반값등록금’으로 대변되듯 정부 정책의 초점이 ‘보편적인 대학 진학’에 맞춰지면서 직업교육 인프라가 홀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업고에 대한 무관심은 예산을 보면 곧바로 확인된다. 올해 책정된 직업교육 관련 예산은 1107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40%(734억원) 급감했다. 무상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에 국고가 대거 투입되고 지방교육청들도 자율형 사립고 폐지, 인문계 고교학점제 도입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 데 따른 결과다. 직업교육 강국인 독일이 최근 ‘직업학교 플랜 4.0’을 발표하며 연간 조(兆) 단위의 예산을 투입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학교육을 복지로 보는 시혜성 접근이 학력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연쇄적으로 직업교육이 압박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직업고 출신의 단골 일자리이던 9급 공무원에 요즘은 명문대생들이 뛰어들고 있다”며 “직업고 바로세우기는 대학교육 재설계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구은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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