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노선' 틸러슨 국무장관 전격 경질

매일 45분씩 독대하는 '복심' 폼페이오 전면에
북한에 '양보 없다' 메시지… 제재·압박 강공 지속

< 틸러슨 결국 ‘퇴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과 백악관 각료 회의에 참석했던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두 달 가량 남기고 외교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미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CIA)이 후임으로 내정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되기 전까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반년 전부터 예고된 교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경질은 미국 외교안보팀에서 힘의 균형이 강경파 쪽으로 크게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폼페이오 국장-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이어지는 ‘강경파’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틸러슨 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신중파’가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외교 분야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의 민감한 협상을 앞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안보팀에 중대한 변화를 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틸러슨 장관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으며,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틸러슨 장관이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귀국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말 북한과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면박당하는 등 언제든지 경질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틸러슨 장관이 경질되고, 켈리 비서실장도 롭 포터 선임비서관 사퇴 스캔들 등으로 위기에 몰려 신중파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 외교팀 강경파 힘 실려

반면 미 행정부 서열 1위인 국무장관에 폼페이오 국장이 임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훨씬 단호하고 강경한 색깔을 띠게 됐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후 사망하자 한 강연회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안 된다면)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만 도려내면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 비핵화 등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거의 매일 하루 평균 45분 정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매티스 장관과 함께 폼페이오 국장을 꼽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사 내용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지적능력을 갖고 있고, 우리는 항상 같은 파장 안에 있었다”며 “우리 관계는 항상 좋았고 내가 국무장관에게 원하는 것을 그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기갑 장교로 걸프전쟁에 참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한 뒤 보수주의의 티파티 소속으로 캔자스주 하원에서 4선을 거뒀다. 지난해 1월 CIA 국장으로 발탁됐다.

폼페이오 후임으로 내정된 해스펠 CIA 부국장은 CIA에서 1985년부터 33년간 근무해온 정보부문 베테랑이다. 과거 테러리스트 심문 시 물고문 등 가혹한 수사기법을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CIA에서는 대표적 트럼프 라인으로 분류돼왔다.

◆대북협상서 비핵화 밀어붙이기 포석

워싱턴 외교가는 트럼프의 대북 협상이 앞으로 양보 없는 밀어붙이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우리의 최대 압박 전략이 효과를 봤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압박과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채널을 통해 ‘강공’을 예고했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과 ‘밀당(밀고당기기)’이 불가피한 만큼 자신의 의중을 알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 발표 후 “그(폼페이오 국장)를 완전히 신임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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