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충격적인 성폭행 파문에 휘말렸지만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

충격적인 성폭행 파문에 휘말렸지만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

성폭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데도 ‘예술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기덕 감독은 일주일째 묵묵부답이다.

지난 6일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들은 그들의 충격적인 성범죄를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지난 9일 오전 방송된 MBC ‘아침발전소’에서도 김 감독과 영화 작업을 함께 했던 조감독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여배우뿐 아니라 여성 스태프까지 피해 사례가 있다”며 “소통을 핑계로 여성 스태프들을 모텔로 불러 성폭행했다. 이 때문에 임신과 낙태를 한 이도 있다”고 폭로했다.

첫 폭로가 나온지 일주일. 김 감독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범죄심리학자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 감독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지만 현재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96년 ‘악어’로 데뷔했다.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국내외가 주목하는 예술영화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피에타’로 베니스·베를린·칸까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국내 유일한 감독이다. 거장으로 불린 그이기에 이번 사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김 감독은 조폭이 평범한 여대생을 창녀로 만드는 이야기(2002 ‘나쁜 남자’), 원조교제 여고생의 이야기(2004 ‘사마리아’), 남편의 외도에 분노해 아들과 성관계를 맺는 아내의 이야기(2013 ‘뫼비우스’) 등을 영화에 담아냈다.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포함돼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소외된 이들의 시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아왔던 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성폭행 파문이 일기 전에도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자 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법원은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영화가 폭력적이어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드러난 행위를 보면 생각과 행동, 영화가 일치하는 셈”이라고 지적하며 “그는 작품을 구상을 위한 환상과 망상을 행동으로 표현했다”라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고교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농업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세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출신과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고 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핑계 삼기엔 그의 행태는 비상식적이다. 권력을 쥔 그는 조역과 단역, 신인 여배우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욕망을 채웠다. 열등감은 우월감으로 바뀌었다. 오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는 배우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으며 열등감을 해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PD수첩’이 공개한 김 감독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그는 “미투 운동이 갈수록 자극적이다.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 없다” “일방적 감정으로 키스한 적 있지만 그 이상의 행위는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오 교수는 그의 태도를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라고 봤다.

그는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감독은 예전부터 여성을 상대로 추행과 폭행을 저질러왔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를 3대 영화제를 휩쓴 유일한 감독이라며 대우해줬고 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의 만행이 더 추악해졌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또 “관성의 법칙 때문에 갑작스러운 개과천선도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게 무너졌다고 느끼는 상황이라면 김 감독의 향후 대응은 어떻게 될까. 오 교수는 “그런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은 명백한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 그래야 심리적·정서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는 시간이 지난 후 등장해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작품 활동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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