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판결로 피해자 특정…대규모 비리 강원랜드는 시간 걸릴 듯
기록 없으면 구제 못할 수도…피해자 법적대응 가능성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에 나섬에 따라 다른 기관에서도 억울한 탈락자들이 뒤늦게 기회를 얻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나 재판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채용 관련 서류도 남아있어야 가능하다는 제약 조건들이 있다.

특히 대규모 비리가 있던 강원랜드는 시간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기획재정부와 가스안전공사 등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는 채용비리 피해자 8명을 올해 하반기에 채용한다.

채용비리 연루자를 퇴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구제 대상자를 정할 때 핵심 근거가 된 것은 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순위가 뒤바뀌는 바람에 탈락한 이들을 특정한 공소장과 확정 판결문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렇게 특정된 피해자 12명에게 입사기회를 주기로 최근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이 중 8명이 입사를 희망했다.

가스안전공사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월에 선고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에 가장 빨리 피해자 구제가 가능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대응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따라 각 공공기관이 피해자 구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공기업·준정부 기관의 경영 및 혁신에 관한 지침 등 9가지 지침을 '공기업·준정부 기관이 경영에 관한 지침'으로 통폐합하면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방침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채용비리가 발생한 공기업·준정부 기관은 해당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파악해 구제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채용 단계별로 예비합격자 순번을 부여하고 불합격자 이의 제기 절차를 운영하는 등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관리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했다.

다만 실제 피해자 구제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수사나 재판을 종결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등 사실 관계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랜드처럼 대규모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돼 아직 수사 중인 기관에서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에 따라서는 채용비리에 따른 부정합격자를 확인하고도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으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서다.

자료보관 기한이 지난 기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피해를 본 사람이 누군지 근거가 되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만약 자료 없이 (구제) 한다면 또 다른 부정합격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다"며 "기관마다 자료 보관 기간이 3년, 5년 등으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스스로 채용비리 피해자라고 의심하는 이들이 국가나 해당 공공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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