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자양강장제 ‘박카스D’와 일동제약의 종합비타민제 ‘아로나민골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피로해소제이자 기력회복제다. 박카스D는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국내 제약사 제품(의약외품 포함) 가운데 지난해 매출 1위(822억원)를 차지했다. 아로나민골드는 일반의약품 부문에서 1위(404억원)를 기록했다.

이들 제품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다. 가난한 시절의 중장년층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파고를 함께 넘어왔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박카스F’ ‘박카스디카페’와 ‘아로나민씨플러스’ ‘아로나민실버’ 등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1961년 박카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알약 형태의 ‘박카스정’이었다. 음료로 바뀐 것은 1963년부터다. D는 드링크(drink)의 준말이다. 당시 마케팅 포인트는 맛있고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건강음료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약은 맛없다’는 편견을 처음으로 깬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도주와 풍요의 신 바쿠스(Bacchus)에서 따왔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독일 유학 시절에 본 석고상을 떠올리며 작명했다. 처음에는 술꾼들의 숙취 해소와 간 기능 보조, 영양 보충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전쟁의 그림자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절이어서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았다.
아로나민은 1963년에 등장했다. 비타민B보다 효과가 좋은 활성비타민B를 합성하는 연구 과정에서 프로설티아민의 독자개발에 성공했다. 프로설티아민은 비타민B 중에서도 B1의 활성 성분이다. 이를 주성분으로 하는 ‘아로나민정’이 그해 처음 나왔다.

프로설티아민은 마늘에 함유된 비타민 성분을 연구하다가 개발한 물질이다. 문제는 마늘 냄새였다. 초창기 생산 공장이 있던 서울 도봉동 주민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공장을 청주로 옮겨야 했다. 마늘 냄새의 이점도 있었다. ‘몸에 좋다’는 입소문 덕에 판매가 급격하게 늘었다.

아로나민골드는 활성비타민B군에 비타민C와 비타민E를 보강해 내놓은 제품이다. 아로나민이라는 제품명은 알리티아민과 비타민의 합성어에서 따온 것이다. 알리티아민은 마늘 냄새의 주성분인 알리신과 비타민 B1의 화합물로 장내에서 흡수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박카스와 아로나민은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면서 우리 경제와 함께 성장해왔다. 누구나 ‘약이 필요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그것은 꿈일 뿐이다. 강신호 회장의 설명처럼 약(藥)이라는 한자의 윗부분에서 초두(艸)를 빼면 즐거울 락(樂)이 된다. 때로 약은 아픔을 치유하는 조력자이자 즐거움을 주는 풀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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